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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위해 나그네 학대하는 사회의 종말 - 이성영

작성자 : 관리자 (175.213.122.***)

조회 : 1,221 / 등록일 : 19-12-19 19:22




집값 위해 나그네 학대하는 사회의 종말
최종 심판자 된 부동산...집값 앞에선 정의·긍휼·사랑 찾을 수 없어

 

 


이성영 / 희년함께 학술팀장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이 최종 심판자다. 영역을 불문하고 내 집값을 올리느냐, 내리느냐가 최종 판단 기준이 되었다. 10년 전 2008년 총선 뉴타운 열풍 역시 당락의 기준이 내 집값을 올려 주느냐였기에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이라는 최종 심급이 점차 강화되어 가고 있다는 조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사용되는 월거지(월세 거지), 휴거(휴먼시아 거지), 빌거(빌라 거지) 등의 은어는 어른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탈북 청소년 90여 명이 다니는 대안 학교가 은평구로 이전하려고 하다 지역 주민 반발로 보류되었다. 사전에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은평 뉴타운 내 학교 시설이 부족하다는 명분을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실상은 탈북 청소년 대안 학교가 들어오면 동네 질이 떨어져 집값이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주거비로 힘겨워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교에서 기숙사를 지으려고 하면, 서울·대전·대구·울산 지역을 불문하고 대학가 근처 건물주들은 임대 소득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반대 시위를 한다. 강서구에서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무릎 꿇고 빌어야 했다. 무릎 꿇고 빌 부모조차 없는 탈북 청소년들의 대안 학교는 은평구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결국 학교 부지 허가가 보류된 것이다. 집값 앞에서는 정의도, 공감도, 동정심도, 긍휼도 모두 사라진다. 내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가 최종 심급이다.


이런 사회가 맞이할 결과를 성경은 명확히 말하고 있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겔 16:49-50)."


에스겔 선지자는 소돔이 망한 것이 풍족하게 살면서도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넉넉한 가운데 가난하고 소외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도와주지 않는 모습을 하나님은 가증히 여기신다. 풍족한 가운데 문 앞에 있던 나사로를 돌보지 않았던 부자처럼 죽은 이후에만 심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소돔과 고모라는 풍족한 중에 나그네를 학대하고,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을 돕지 않는 불의가 만연하여 결국 불바다가 되고 말았다.


오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님께서 들고 계신 심판의 무게 추 앞에서 위태로워 보인다. 이주민 노동자, 난민, 북한 이탈 주민, 조선족 동포 등 이 땅을 찾아온 나그네와 디아스포라를 함부로 대하는 불의가 반복되어 무게 추의 임계점을 넘어설 때, 심판이 도적같이 임할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것은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지 않도록 막는 의인 10명이다. 은평구의 뜻있는 교회들은 여명학교 이전 찬성 성명이라도 내어 주길 바란다. 전국 곳곳의 '성시화 운동' 진영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환대하는 하나님의 도성이 되자고 교회와 시민을 설득하길 바란다. 교회와 사회에 대한 우려가 큰 원로목사님들께서는 근거 없는 대한민국 공산화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으시고 불로소득에 눈이 멀어 정의도, 긍휼도, 사랑도 잃어 가고 있는 기독교인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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