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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 김명훈

작성자 : 희년함께 (220.121.145.***)

조회 : 3,180 / 등록일 : 20-06-04 13:48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김명훈 / 희년함께 회원


“장기간 적정한 임대료로 안정된 거주기간을 보장하는 집을 함께 짓고 함께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내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상투적으로 먼저 하는 이야기이다. 문득, 그 상투적인 이야기가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언제부터 내가 한곳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 했지?’ 내가 말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낯선 이야기다.   


그리스도인 이라는 정체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그네라는 말에 이유 없이 떨렸다. 더 소유하고 싶고, 더 편하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어서 세상에 집착하고 미련을 갖는 나에게 나그네는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초탈하여 어디로나 떠날 수 있고 어디서나 머무를 수 있으며 어떤 상황으로 부터나 자유로운 존재였다.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히브리서 11장)이 되고 싶어서부터 그런 나그네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새로운 나라로 낯선 환경으로 나를 끊임없이 이동 시켰었던 것 같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을 돕는 일’을 한다고 하는 나는 자기 모순적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그네가 되기를 포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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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아프리카 Tanzania, Kigoma
 

얼마 전 흥겨운 멕시코 민요 ‘라 쿠카라차’의 리듬과 언어의 한계에 가려져 몰랐던 노래가사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가사는 신나는 리듬에 맞추어 어깨를 들썩 거렸던 내가 미안해질 정도로 처절하게 절망적 이었다.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왜냐면 더 이상 피울 마리화나도 없거든!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왜냐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https://www.youtube.com/watch?v=EdtEnu6uf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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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멕시코에서 ‘토지와 자유’를 외치며 혁명이 일어났다.


‘라 쿠카라차’는 스페인 전래 민요가 20세기 초 멕시코 혁명 군가로 발전하여 탄생한 노래라고 한다. 당시 멕시코의 농경지는 98%가 소수의 지주 혹은 기업이 소유하는 ‘아시엔다’라는 이름의 대농장이었고 인구의 80%가 농민임에도 불구하고 농민의 90%는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소작농 혹은 반노예 상태였다고 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서민들이 생계조차 이어나가기 어려워졌고 결국, ‘토지와 자유!’를 외치는 수많은 농민 지도자들이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농민 지도자들 중 대중의 인기가 높았던 ‘판쵸 비야’를 따르는 농민들과 민중들이 스페인 전래 민요를 개사하여 ‘라 쿠카라차’를 불렀다고 한다. ‘라 쿠카라차’는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라는 뜻이다. ‘라 쿠카라차’는 비참하게 살아가는 당시 민중의 모습,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혁명군, 혁명군이 진군하는 생김새를 의미했다. 라 쿠카라차!, 바퀴벌레는 어떠한 현실의 좌절에도 굴하지 않는 그래서 인류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진리와 정의를 상징했던 것은 아닐까? ‘바퀴벌레는 죽지 않는다.’ 『진보와 빈곤』의 저자이자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헨리조지(1839~1897)의 묘비에 그렇게 쓰여 있다.


“내가 분명히 하고자 노력해온 그 진리는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오래전에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동지들이 발견할 것이다. 이를 위해 수고를 할 사람들, 고난을 받을 사람들, 필요하다면 죽기까지 할 사람들, 이것이 진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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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헨리조지는 뉴욕시장선거에 출마했다.


성경에 달란트 비유가 있다. 주인이 종들 셋을 불러 각각 다섯, 셋, 한 달란트를 맡기고 떠났다가 돌아와 맡긴 것으로 장사를 하여 이익을 남긴 두 종은 칭찬하고 땅을 파고 돈을 감추었다가 그대로 가져 온 한 종을 꾸짖는 이야기이다. (마태복음 25)

땅에 돈을 감추는 나라, 땅에 감춰둔 돈이 커져가는 상상으로 행복해 하는 나라, 그리고 그 상상이 실현되는 나라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땅과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 가격이 상승한다!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편의시설들이 늘고 입지조건이 좋아져 물가보다 빠르게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높은 임대료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나의 안전을 보장받고 과도한 이익을 얻는 소수가 되어야 한다! 서둘러 땅을 파고 돈을 감추자! 문득, 땅을 파기 전에 용기를 내어 주인이 맡기고 떠난 한 달란트를 꺼내어 보았다.     


‘나는 자기 모순적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그네가 되기를 포기한 것일까?’


나그네는 단지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진리로 인하여 기꺼이 수고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사람, 땅에 한 달란트를 묻어 두지 않는 사람이 나그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산증식의 대상이 아닌) 장기간 적정한 임대료로 안정된 거주기간을 보장하는 집을 함께 짓고 함께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그네가 될 때, 나그네를 사랑하는 주인과 나그네를 사랑하라는 주인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신뢰하기로 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 이기보다, 주인의 뜻이 옳고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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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희년함께 협업자 파티가 있었다.


우리 앞에는 길고도 험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중에는 이 싸움이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문제입니까? 이런 투쟁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특권입니다. 이 투쟁은 모든 시대의 정의롭고 선한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오랜 세월 동안 동참해 온 위대한 투쟁의 일부임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가 이 투쟁에 동참함으로써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나름대로 기여하게 됩니다.

-『도적질하지 말지니라』 헨리 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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