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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지수와 희년 / 전강수

작성자 : 희년함께 (221.155.44.***)

조회 : 734 / 등록일 : 20-11-06 14:50

 

 

 

​피케티지수와 희년 

 

 

 

전강수 / 대구가톨릭대 교수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8.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0년 7.6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2016년부터 급상승한 결과다. 이는 독일(4.4), 미국(4.8), 프랑스(5.9), 영국(6.0), 일본(6.1), 스페인(6.6)보다 크게 높고, 불평등이 극심했던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선진국의 수준(약 7)을 넘어선 수치다.

 

피케티지수란 '21세기 자본'을 출간해 불평등문제를 세계 경제학계의 화두로 만든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창안한 지표로, 한 나라의 자산이 국민소득의 몇 배에 해당하는가를 보여준다. 이 지수가 상승하면, 그만큼 자산의 힘이 증대하고 노동소득보다는 자산소득의 비중이 커져서 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다.

 

최근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급상승한 데는 부동산값 폭등의 영향이 컸다. 이는 2010~2016년에 약 4.1에 머물렀던 국민소득 대비 지가의 배율이 2018년 4.3, 2019년 4.6으로 급등한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피케티의 견해가 옳다면 지금 한국에서는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있고 더구나 그것이 본질상 불로소득인 부동산소득의 동향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출범 초기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무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핀셋규제, 찔끔증세,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전부였고 결과는 유례없는 부동산값 폭등과 풍선효과였다. 이미 한국은 부동산소유로 가문의 운명이 결정되는 세습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섰다.

 

필자는 작금의 한국 상황을 지켜보며 구약성서의 희년제도를 떠올린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토지를 모든 가족에게 공평하게 분배했다. 토지매매를 허용했지만 그것은 한시적인 효과만 가졌다. 50년이 지나면 모든 사람이 원래 분배받은 땅으로 돌아가게 했다. 매매되는 것은 토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이었던 셈이다. 희년이란 바로 이 50년째를 뜻하는 말이다. 50년 사이에 온갖 사정으로 토지분배의 평등성이 깨지더라도 50년째에 희년의 나팔이 울리면 원래의 평등했던 상태가 즉각 회복되게 되어 있었다. 쌓여 있던 불평등을 50년마다 해소하고 사회를 리셋하는 방법이 구약성서에 기록되어 있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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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빠진 고대의 제도로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고불변의 진리도 있지 않은가. 19세기 후반 '진보와 빈곤'을 저술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희년제도를 현대화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토지에서 생기는 지대소득을 조세로 징수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혜택을 누리도록 사용하자는 제안이었다. 헨리 조지의 제안은 중국의 국부 쑨원에게 깊은 영향을 끼쳐 그의 사상 삼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쑨원의 후계자 장제스는 이 대안을 대만 헌법에 새겨넣고 그 정신에 따라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덕분에 2차 세계대전 후 한동안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토지개혁을 성공시킨 나라로 상찬을 받았다. 한국이라고 왜 대만처럼 못하겠는가. 정책 철학과 방안, 그리고 정책 시행 경험은 이미 알려져 있다. 문제는 국민의 각성이요, 정치인의 의지다.


※위 글은 영남일보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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