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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건축의 행복한 동행을 위하여 / 최진혁

작성자 : 희년함께 (58.120.230.***)

조회 : 1,104 / 등록일 : 21-06-08 10:45

 

 

 

사람과 건축의 행복한 동행을 위하여

 

 

 

최진혁 / 희년함께 회원

 

내가 알던 노숙자 부부가 있다. 남편은 간암으로 수시로 복수가 차고 있었고, 부인은 정신질환으로 사리 분간이 안 되는 상태였다. 길에서 애 둘을 낳아 입양을 보냈다.

 

그러던 그들이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주소지를 갖게 된 곳이 제기동의 달세 여인숙이었고, 조금 더 발전해서 들어간 곳이 동자동 쪽방촌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자기 집에서 마지막 호흡을 마쳤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데 비해서 그래도 그는 행운아였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부인은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고 십 수년이 흐른 지금은 많이 호전되어 정부 전세 지원으로 은평구의 조그만 빌라 단칸방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의 지난 십오 년 정도의 세월을 볼 때… 낙오되고 버려진 존재들이 몸을 기댈 곳과 누일 곳을 제공하며 품어준 서울이었다. 강남이나 재개발된 곳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재개발 도심은 비단 노숙자만 살지 못하는 곳이 아니라 기존의 멀쩡한 원주민 80%도 정착하지 못한다는 통계다. 상승한 입주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28b25382994a4e6001fad9aa00bb5b4c_1623118얼마 전 뉴스에 시내 남산의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헐리고 주거용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는 매각절차가 진행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라는 부제가 붙을 만큼 코로나 사태로 대한민국 서울의 오성급 유명 호텔이 매각된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호텔을 헐고 새로운 오피스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현 힐튼 직원 700여 명의 일자리와 수명도 다하지 않은 건축이 사라지는 수순과 일정으로 보인다. 더욱이 힐튼 호텔은 한국 현대 건축의 교과서라 불리는 건축가 김종성의 80년대 대표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전 세계 힐튼호텔 중에서도 으뜸으로 평가받는 건축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최근 이 사태에 대한 어느대학교수의 일간지 시평에 “서글픈 건 이게 부동산일 뿐이라는 가치관이고 가장 끔찍한 미래는 철거다” 전적으로 공감되는 말이다.호텔 직업 장인들의 일터와 그 건축을 위해 사후약방문이 되기전 보존을 위한 대안과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통한 법령제정과 행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은 그간 심각한 기억상실증을 앓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화에 의한 기억상실증이 아니라 오직 부동산 지가 상승만을 위한 허물기와 짓기로 심각한 중병이 들어있다.

 

사람과 일터와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건축에 이르기까지 제대로의 위치에서 이 땅이 주는 풍요로움을 모두가 누리기 위해선 지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리라.최고의 부자와 최저의 가난한 자가 공존하고,실패한 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도시..! 이 일을 위해 수고하는 희년함께의 모든 지체들께 지혜와 명철의 복이 더하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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