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사역편지] 코로나 이후 시대, 땅을 쉬게 하라
조회 : 1,979 / 등록일 : 20-05-14 12:09
코로나 이후 시대, 땅을 쉬게 하라
이성영 / 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계절의 여왕, 신록의 계절이라 불리며 자연의 생명력을 왕성하게 발산하는 5월이지만 지구촌은 자연의 아름다움보다 자연의 두려움을 더 깊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인류가 자연을 무자비한 착취의 대상으로 여길 때 자연도 인류에게 자비롭게 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코로나 19 사태는 인류가 지금과 같이 자연이 버티지 못할 수준의 화석연료 기반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쓰레기 배출이라는 무한소비경제체제를 유지할 경우 자연이 인류에게 가할 보복의 예고편이 아닌가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을 경우 빙하와 동토에 묻혀있던 수만 년 전 고대 생물 사체 속에 생존해 있던 고대 바이러스들이 현재 인류와 접촉한다면 고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는 현생 인류는 치명적인 위협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마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인들이 가져간 홍역, 천연두, 티푸스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전혀 없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몰살당했던 것처럼요.
코로나 이후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지구의 한계 안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법을 체득해가야 합니다. 화석연료 기반 경제체제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그린 뉴딜 정책들을 적극 도입하려는 흐름이 유럽과 중국 등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생산구조를 바꾼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무한생산/무한소비/무한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경제구조로는 아무리 재생에너지 기반이라도 지구가 버티기 쉽지 않습니다. 인류의 소비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과도한 육식을 줄이고,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를 실천해 쓰레기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상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국가와 시장이 하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늘 국민들의 표를 의식하는 정부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소리를 하기 쉽지 않고 기업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걸음에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이는 피조세계의 청지기로서 부르심을 받은 교회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재생에너지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에너지절감 기술을 개발하여 탄소배출을 줄여 나가는 토대를 만들고 교회는 피조세계의 청지기로서 자연과 공존하는 문화를 선도해나가는 것,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교회의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아갈 교회가 땅을 쉬게 하라는 희년명령을 숙고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