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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경제윤리 연재기획9] 아모스 같은 희년의 정의론자, 헨리 조지 / 고영근

작성자 : 관리자 (210.178.67.***)

조회 : 1,751 / 등록일 : 19-03-04 20:37

 

 

 

아모스 같은 희년의 정의론자, 헨리 조지 
기독교 경제 윤리(9) 빈곤은 반(反) 희년적인 토지 독점 때문

 

 

 

고영근


지난 글에서는 토지에 대한 평등적 정의와 노동의 결과에 대한 공로적 정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필요적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 즉 토지에서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을 사회가 거두어 평등적 정의와 필요적 정의를 달성하는 데 쓰고, 노동의 결과는 최대한 보장하여 공로적 정의를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하면 자유와 평등, 효율과 형평을 둘 다 달성하면서 분배적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이런 성경의 희년 사상을 현대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사람이 바로 미국의 사회사상가 헨리 조지(Henry George)이다. 이번 글에서는 헨리 조지와 그의 대안에 대해 살펴보자. 헨리 조지는 19세기 사람이다. 183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1897년 뉴욕시장으로 출마하여 투표일을 4일 앞두고 10월 29일에 58세에 소천(所天)했다. 헨리 조지는 뉴욕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부유층이 벌이는 극도의 사치와 뒷골목의 비참한 가난이 공존하는 것을 본 후 충격을 받고 엄청난 풍요 속에 극도의 빈곤이 존재하는 미스터리를 푸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는다.


헨리 조지는 해답을 찾기 위해 "생산력과 기술, 지식이 진보하고 부의 생산이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왜 빈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또 "왜 부가 가장 많이 넘쳐나는 대도시에는 극도의 사치와 비참한 가난이 공존하고, 주기적으로 공황과 불황이 발생하는 것일까?"라는 문제의식도 갖는다.


즉 세상은 '진보'하고 있는데 왜 '빈곤'이 계속되는 것일까라는 게 헨리 조지의 아주 단순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의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헨리 조지가 쓴 책의 제목이 바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비봉출판사)이다. 진보와 빈곤은 당시 논픽션 분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빈곤의 이유가 인구 과잉이나 자본 부족 때문이라고?


헨리 조지는 당시 빈곤의 이유를 설명하는 강력한 이론인 인구론과 임금기금설을 비판했다. 또 당시 많은 사람에게 급속하게 퍼지던 진화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난 글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각자가 합당을 몫을 받은 근거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에서 나오는데 인간이 단지 우연히 발생하여 진화된 동물에 불과하다면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세상은 어쩔 수 없는 자연법칙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빠지게 된다.


인구론은 생존 물자보다 인구수가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빈곤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인구론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 당시 권력층이 몹시 두려움을 느끼던 상황에서 마치 구원 투수처럼 나타나 기득권을 옹호하였다. 인구론을 주장한 맬서스는 성공회 신부였고 어떤 부자는 맬서스의 생활비를 평생 동안 대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맬서스의 주장은 생산물 증가보다 인구 증가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빈곤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자연 자체에 결함과 빈곤의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이는 하나님이 세상을 빈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어딘가에 결함 있는 곳으로 창조하였다는 말과 다름없다. 결국 빈곤의 원인을 하나님에게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헨리 조지는 인구론을 신성 모독이라고 하였다. 맬서스의 인구론에 영감을 받은 다윈은 인구론을 전 자연계로 확대 적용하여 진화론을 주장했다.


빈곤이 인구 과잉 때문이라는 맬서스의 주장은 결국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1:28)"는 하나님의 말씀이 축복이 아닌 저주이고, 인간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도록 만든 하나님에게 빈곤의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라 인구론은 오류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직도 가난하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맬서스의 인구론이 신맬서스주의로 나타나 빈곤이 인구 과잉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득권을 옹호해 주고 있다.


헨리 조지 당시 인구론과 함께 빈곤을 설명하는 강력한 학설인 임금기금설은 노동의 임금이 노동이 아닌 자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수가 증가하면 자본이 부족하여 빈곤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자본보다 노동자 수가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빈곤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즉 인구론(생존물자/인구 수)과 임금기금설(자본/노동자 수)은 결국 동일한 논리다. 인구론과 임금기금설은 토지 독점이 문제가 아니라 자연과 자본에 문제가 있어서 생산을 제약해 빈곤이 발생한다는 동일한 논리다.


빈곤 문제에 대한 헨리 조지의 진단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이 동시에 나타나는 진정한 원인은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를 차지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토지사유제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인구 증가와 기술 개선으로 부가 증가하지만 지대가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기 때문에 물질적 진보의 혜택이 노동과 자본에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토지 독점의 문제는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지대)의 개인 소유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토지사유제 아래에서 발생하는 토지 투기(부동산 투기) 때문에 더욱 악화된다고 헨리 조지는 말했다.


헨리 조지는 빈곤 문제의 해결책으로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만민의 평등한 토지권'을 현대에 맞게 보장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토지가치공유'라는 대안을 주장했다.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노동한 결과는 노동한 사람에게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여 모든 인류에게 베푸신 자연물(토지)에 대해서는 토지 가치 공유를 통해 공평한 토지권을 보장하고, 노동의 결과인 인공물(임금/이자)에 대해서는 노동한 사람에게 사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헨리 조지가 생각한 빈곤의 원인과 분배 공식은 이렇다.


총 생산물(100%) = 지대(토지) + 임금(노동) + 이자(자본)
총 생산물(100%) - 지대(토지) = 임금(노동) + 이자(자본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지대)를 개인이 사유하는 토지사유제에서 지대(토지가치)가 증가하면 임금과 이자가 비율적으로 하락하고 경제 공황과 불황 같은 경제문제가 발생하며 빈곤 문제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지대)를 사회가 환수하여 모든 사람을 위해 쓰면 실질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토지권을 보장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헨리 조지는 주장했다. 토지 가치를 모든 사람이 공유하면 비율적으로 노동의 임금과 자본의 이자는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 헨리 조지의 설명이다.


헨리 조지 당시에도 빈곤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절약, 노동자 계층의 교육 향상과 근면/절약, 임금 인상을 위한 노동자의 단결, 노동과 자본의 협동조합 방식, 정부의 지시와 간섭, 토지 분배의 확산 등과 같은 여러 다른 해결책들이 제시되었지만 헨리 조지는 이런 해결책들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으나 빈곤을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인 토지사유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빈곤 문제에 대한 헨리 조지의 해결책


헨리 조지는 물질적인 진보가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빈곤이 증가하는 것은 인구가 많거나 자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낸 가치를 개인이 가져가도록 만드는 부정의 한 인간의 제도 즉 토지사유제 때문이라고 보았다.


토지의 지대가 증가하면 비율적으로 노동의 임금과 자본의 이자가 계속 감소하고 노동과 자본이 토지에 투입되는 생산을 제약하는 동시에 토지 투기(부동산 투기)를 일으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공황과 불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헨리 조지의 설명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 위기나 경제 공황의 발생이라는 헨리 조지의 설명은 현대의 여러 나라에서 벌어진 경제 위기와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잃어버린 10년'과 지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그러한 것이다.


헨리 조지의 공황 이론은 이렇다.


물질적 진보 → 토지 가치 상승/토지 투기 → 노동과 자본이 토지에 투입되는 것을 방해, 토지의 지대 상승에 따른 임금과 이자의 비율적 하락 → 노동의 임금과 자본의 이자 저하에 따른 생산 위축, 노동의 구매력 감소 → 경기 불황 → 투기적 지가(부동산 거품)의 붕괴 → 건설과 금융 관련 산업의 붕괴로 인한 전 산업의 연쇄 붕괴와 가계/기업/정부 파산 → 공황


헨리 조지는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지대)를 사회가 환수하여 모든 사람을 위해 사용하고, 노동의 결과에 대한 조세는 최대한 감면함으로써 노동의 결과를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렇고 지금 전 세계의 현실은 토지가 대부분 독과점 되어 있거나 토지에 대한 세금은 낮고 노동의 결과에 대한 세금은 많이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희년 말씀에 정반대되는 부정의 한 것이다.


역사 발전의 원동력은 '평등 속의 어울림'


헨리 조지는 진보와 함께 나타나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지대의 개인 소유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토지사유제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토지사유제가 관습화된 나라에서는 토지를 공유로 만들 필요는 없고, 단지 해마다 토지의 연간 임대 가치인 지대(rent)를 정부가 환수하여 사회를 위해 쓰고 노동의 결과에 대한 다른 조세를 최대한 감면하는 '토지가치세제(land value taxation)'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헨리 조지는 토지 가치 세제 개혁이 생산을 증대할 뿐 아니라 분배 정의를 제고하고, 모든 계층에 이익이 되며 나아가 더 높고 고상한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문명은 점점 쇠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헨리 조지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을 '평등 속의 어울림'으로 보았다. 평등 속의 어울림이 있으면 역사와 문명이 발전하지만 평등 속의 어울림이 깨지면 역사와 문명은 오히려 후퇴하고 쇠퇴한다는 것이다. 헨리 조지는 인간의 평등과 어울림을 부정하고 역사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독점적인 토지사유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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