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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은행 사례기사1] 아빠가 진 빚 3500만 원, 내 빚이 되었다

작성자 : 관리자 (210.179.33.***)

조회 : 213 / 등록일 : 19-03-20 14:34

[희년은행 사례기사1]

 

 

아빠가 진 빚 3500만 원, 내 빚이 되었다

 

 


아빠가 진 빚 3500만 원, 내 빚이 되었다


‘희년은행'과 ‘희망을만드는사람들'은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돕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진단과 처방이 다를 수밖에 없고, 지속적인 상담과 동행이 개개인에게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청년들이 너무 일찍 자기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각도로 돌파구를 찾고 장기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작년 4월부터 만났던 한 청년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아래 글은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누군가 내 지갑에 손을 대고 있었다. 어느날 카드 회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갑자기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5개월 안에 1000만 원을 갚아야 했다. 15%의 고금리 카드론 대출이었다. 그 외에도 2000만 원가량의 부채가 더 있었다. 부랴부랴 가족들을 닦달했다. 아빠였다. 조만간 갚겠다는 대답이 있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속수무책 아무런 수습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번호가 전화기에 뜨면 겁이 덜컥 났다. 작년 2월의 일이었다.


당장 3월부터 매달 200만 원씩 갚아야 했다. 하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된 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달에 150만 원씩 받으면서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수입이 없다. 전문직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끝에 전문직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싶었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전념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험 준비에 돌입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그 일이 터진 것이다. 앞길은 모두 막혔고 어떻게 손 쓸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과 더 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마주치면 짜증부터 내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혼자서라도 돌파구를 찾아봐야 했다. 이리저리 수소문해 법률 상담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모면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었다. 더 자세히 묻지는 못했다. 이런 상담을 받아 본 것이 처음이어서 당황했던 것 같다. 혼자서 너무 쉽게 결론부터 내렸다. 아빠가 진 빚은 고스란히 나의 채무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어디든 일자리를 잡아서 수입이 생겨야 조금이라도 갚아 나갈 수 있을 텐데, 그때는 그 마음이 전혀 먹어지지 않았다. 학원도 나가지 않고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은 채 캄캄한 나날을 홀로 보냈다. 스물여덟, 아직 펼쳐 보지도 못한 꿈을 너무 일찍 강제로 접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혹했다. 원망과 울분에 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이러다가 정말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엄습해 왔다.


“시험 준비 잘 하고 있어? 요즘 통 연락이 없어서...어떻게 지내?”


친한 언니한테서 문자가 왔다. 답을 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손이 잘 떼지지 않았다. 어렵게 용기를 내 말문을 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추려서 설명하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대략 하소연을 했다.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수차례 머뭇거렸는데 막상 털어놓으니 응어리 진 마음이 약간 풀리는 것 같았다. 언니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그냥 누군가에게 내 사정을 토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숨통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언니는 뜻밖의 이야기를 건네왔다.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우연한 계기로 채무 관련 상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잘 됐다며 연락처와 상담 신청 방법을 상세히 일러 주었다. 지난번 법률 상담을 개운치 않게 끝낸 아쉬움도 있었고, 이렇게 계속 있다가는 그 어떤 수렁에 빠질 것만 같은 위기감도 있던 차였다. 언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바로 연락을 해서, 상담 일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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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몇 군데에서 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었다. 상담사 선생님 앞에서 손이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데 가까스로 진정을 시켜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어떻게, 얼마나 빚을 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자금 상황은 어떤지를 털어놨다. 선생님은 의외로 담담한 눈빛으로 시종일관 내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더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씀하셨다. 별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괜히 안심이 되었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차분하게 마음먹는 게 중요하다고?’ 쉽게 믿어지지는 않지만 일단 그 말을 새겨듣기로 했다.


그로부터 3주 후 두 번째 상담을 받았다. 이번에는 재무 관리 전문가를 만나는 자리였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몇 가지 제안사항을 정리해서 들려주었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다각도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전반적인 재무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도 일러 주었다.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부채 사실 자체보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되어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염려하셨다. 혼자 이 모든 걸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서 그냥 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떠올랐다. 이제야 어렵사리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었다.


<진단 및 처방 상담- 솔루션>

 

 

• 지금 상황은 실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어서 문제라기보다는 심리적으로 현실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심각한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 스스로의 좋은 면을 더 많이 생각하는 훈련을 계속 해 나가세요. 
• 부모님께 금전적 지원을 끊는 것이 효도입니다. 
• 6월은 자력으로 결제하고 곧바로 서민금융 상품을 시도합니다. 우선 신복위 청년햇살론을 먼저 시도하고 그게 안되면 다음으로 서민금융진흥원 햇살론을 시도합니다. 
•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안되면-> 여섯번째 월급이 나오기까지 버틸 수 있다면, 사잇돗대출을 시도합니다. 
• *뱅크 대출은 매월 일정금액의 원금을 상환하세요. 
• 지인 대출은 매월 20만 원씩 모아서 6개월 단위로 상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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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자리를 알아봤다. 순간순간 억울한 심정이 솟구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우선 살고 보자는 생각에 힘을 내기로 했다. 비정규직이기는 하지만, 한 군데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한 달에 150만 원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당장 급한 채무액은 저금리 전환 대출로 변제하고 장기적인 변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생전 처음으로 가계부도 쓰기 시작했다. 상담 선생님이 한 달에 한 번씩 가계부를 체크해 주어서 점점 재무 흐름도 나아지고 다달이 변제 금액을 높일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아빠가 내 통장으로 150만 원을 입금했다.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계셨던 듯싶다. 머릿속은 여전히 어지러워졌다. 아빠를 대하는 것도, 그동안 애써 잘 헤쳐 왔지만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지도, 갑자기 생긴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도, 스물여덟의 내게는 버겁기만 한 숙제들이었다. 아빠가 건넨 150만 원은 지인들에게 빌린 돈부터 갚기로 했다.


카드를 잘랐다. 현금만 쓰기로 했다. 재무 흐름을 확연하게 보기 위해서였다. 그날 그날 가계부를 쓰면서, 지출 규모를 파악했고, 한 달 단위로 씀씀이를 체크했다. 목표는 마이너스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번 만큼만 쓰자고 다짐했다.


해가 바뀌고 스물아홉이 되었다. 지금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다시 전문직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해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우선은 지인들에게 급하게 빌린 돈부터 갚아 나가는 것이 순서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선배의 추천으로 전공 분야를 살릴 수 있는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3월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아직 꿈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미래가 닫힌 줄 알았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궁리를 해 볼 여유가 생겼다.

 

희년은행 김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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