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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공유주택 12채, 이 모든 일이 목욕탕에서 시작됐다

작성자 : 관리자 (59.7.77.***)

조회 : 2,551 / 등록일 : 19-07-15 15:11

 

 

 

공유주택 12채, 이 모든 일이 목욕탕에서 시작됐다
[인터뷰] 셰어하우스 '동네친구' 강덕형 대표

 

 


강덕형(36)씨의 그 모든 일은 목욕탕에서 시작됐다.


공무원으로 일하시던 아버지는 2015년에 은퇴를 하셨다. 노후를 어떻게 보내시려나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친구분이 운영하던 동네 대중목욕탕을 인수하게 됐다고 하셨다.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목욕탕을 운영할 거라고는 가족 누구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사업체 운영에 온 가족이 힘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그 길로 목욕탕집 아들이 되었다.


카운터를 맡았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동네 주민들이 왔다 갔다 했지만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주로 동네 토박이 어르신들이 단골로 자주 찾아오셨다. 한동안은 목욕탕 운영에 집중해야 했다. 그날그날을 넘기는 것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역시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강씨는 목욕탕 일을 맡기까지는 공간, 소통, 만남에 관심 갖고 일 벌이기 좋아하는 활동가였다. 적응만 마치면 무슨 일이든 벌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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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탕집 아들이자 쉐어하우스 "동네친구"를 운영하는 강덕형씨를 지난 2일,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목욕탕에서 터진 지역 소통의 물꼬


목욕탕 운영 일선에 뛰어들기 전 강씨는 소셜 벤처를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집밥'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해 운영했다. 혼밥 말고 같이 밥을 먹자는 취지로 '소셜 다이닝' 모임을 추진했다. 자기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누군가와 함께 나눠 먹고 싶으면 '집밥'에 소식을 올린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집'과 '밥'을 매개로 소통했고, 음식을 나눠 먹을 때 생기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었다. 강씨에게 그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카운터에 앉아 목욕탕을 오가는 동네 이웃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분들과 교류의 장을 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재미난 외국 소식을 하나 접했다. 목욕탕에 모여서 가방이나 짐을 맡겨 두고 인근 지역을 같이 뛰다가 다시, 목욕탕에 돌아와 몸을 씻고 짐을 챙겨 해산하는 모임이 있다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같았다. 강씨도 '목욕런'을 기획했다. 마침 목욕탕이 한강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한강변을 같이 뛰는 코스를 개발했다. 사람들이 모였고, 함께 뛰었고, 개운하게 씻고, 그렇게 또 하나의 만남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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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탕에서 가방 풀고 함께 달린 뒤에 다시 목욕탕에 모여 씻고 뒤풀이도 합니다.

 
다음으로 '목욕탕 극장'을 개장했다. 목욕탕에 주로 오는 분들인 동네 어르신들 취향을 고려해, 부정기적으로 탈의실에 빔프로젝트를 설치하고 상영회를 열었다.


어르신 목욕 봉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자양 종합사회복지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월 1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께 목욕 봉사를 했다. 반응이 좋았고, 마음은 열렸고, 소통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이웃들 사는 이야기, 동네 소식이 귀에 들려왔다. 목욕탕은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데, 인근 건대입구역 근처인 화양동까지의 소식이 모였다.


이런저런 소식과 사연을 들으면서 '동네잡지'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활동비가 필요해 광진구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응모했는데 당선이 되어 지원금도 받았다. '광진러들'이라는 청년 모임을 통해 잡지 작업은 활로를 얻었다.


동네 친구들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소식들을 그러모았다. 동네에 있는 공간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했다. 책방, 뷰티샵, 꽈베기 맛집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실었다. 동네를 찍은 사진도 함께 넣었다. 잡지를 만들면서 자연스레 동네에서 사는 또래 청년들의 이야기가 마음속을 맴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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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진구 "청년러들" 친구들과 동네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광진구 청년들, 삼삼오오 모여 살면 어떨까


광진구는 서울에서 1인 가구가 네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2호선 라인이어서 강남이든 종로든 여기저기 접근성이 용이해 젊은 직장인들이 거주지로 선택하기 알맞고, 주변 건국대와 세종대 학생들도 밀집해 있어서 청년들의 주거 수요가 꽤 높은 편이다.


보통 청년 1인 가구라고 했을 때 선택지는 원룸 아니면 고시원인 경우가 태반이다. 원룸 시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60만 원 수준이니 웬만해서는 엄두를 못 낸다. 차선으로 하숙을 고려해 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고시원을 선택한다. 고시원도 창문 있고 화장실이 딸린 방이면 사람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방임에도 관리비까지 월마다 내는 돈은 50만 원에 육박한다.


동네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로 강씨는 셰어하우스(공유 주택)에 관한 조사와 공부를 시작했다. 동네 친구 한 명도 끌어들였다. 부동산도 찾아다니며 인근 주택 시세를 알아보러 다녔다. 그리고 덜컥 집 하나를 계약했다. 동네 친구와 방 세 개짜리 단독 주택을 월세로 얻어 페인트도 새로 칠하고 집안 곳곳 시트지도 깔끔하게 바르면서 집을 번듯하게 꾸며 놓았다. 각종 살림과 기본 집기들도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 입주자를 받기로 했다. 그렇게 2018년 2월, 셰어하우스 1호점이 생겼다. 셰어하우스의 이름은 '동네친구'라고 이름 지었다. 이 집에서 동네 친구들 사귀라는 뜻에서.


'동네친구'는 지금까지 12호점을 오픈했다. 열두 개 셰어하우스에 사는 청년들은 모두 70명이 넘는다. 한 집에 보통 5~6명씩 살고 방 세 개짜리 단독 주택이 대부분이다. 기초 리모델링 시공은 '동네친구'에서 도맡아서 하고, 집이 깔끔하고 월세도 저렴하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입주 신청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월세는 35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이다. 생활필수품이나 기본 자재들은 개인이나 집별로 구하지 않고 일괄 지급되거나 공유하는 구조다. 그러니 별도로 들어가는 생활비가 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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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사는 친구들과 때마다 소소한 파티도 엽니다.

 
안정적 주거 공간과 함께 성장의 기회도


셰어하우스는 방세 절감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살 때는 밤늦게 귀가하는 게 늘 부담이었던 청년들은, 셰어하우스에서 산 뒤로는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 연락해서 정류장까지 나와 달라고 부탁도 할 수 있다.


장 볼 일이 있으면 시간 되는 식구들과 함께 다녀오고, 저녁은 삼삼오오 같이 차려 먹고, 간소한 이벤트나 모꼬지도 열어서 파티도 즐길 수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정착하기가 어려웠던 청년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친구도 사귀고, 동네와도 친숙해지며, 합리적 가격에 안정적인 주거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같이 사는 것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청소가 잘 안 되거나 기본적인 생활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함께 사는 것은 곤욕스러운 짐이 되고 관계 때문에 오히려 피로감은 누적된다. 셰어하우스 '동네친구'는 기본적인 생활 규칙 가이드를 제시하고 방마다 방장을 세워 집집마다 각자의 약속을 정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생활 규칙이 잘 안 지켜지는 경우에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입주 계약 갱신을 할 때 참고사항으로 체크하거나 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웠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퇴소나 계약 만료 같은 제재를 취한 적은 없었다.


동네친구는 입주자 인터뷰를 꼭 대면 인터뷰로 진행한다. 함께 지내는 이들과 어울릴 생각이 없으면 셰어하우스에 입주하는 게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꼭 나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들어오는 것이다.


"처음 셰어하우스를 열면서는, 청년들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생활 서비스를 갖춘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함께 사는 이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같이 배우고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되었다." 


목욕탕+@, 동네 친구 만날 수 있는 동네 만들기


강씨는 일부러 동네를 중심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려고 한다. 목욕탕을 중심으로 인근에 있는 집들을 의도적으로 계약한다. 집과 집 사이에 소통도 중요하고, 집이 머물고 있는 지역도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셰어하우스 수리나 보수, 기본 설비는 모두 지역에 있는 센터들을 이용한다.


동네 철물점 사장님, 시설 보수 업체 사장님 등은 셰어하우스 '동네친구' 파트너나 다름없다. 언제든 일이 있을 때마다 집수리나 보수 관련된 일을 도맡아 주신다. 앞으로는 광진구에 '동네친구' 커뮤니티 공간도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같이 모여서 공부하고, 놀고, 일도 하고, 파티나 모임도 할 수 있는 공간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려는 꿈을 품고 있다.


곳곳에 각양각색의 셰어하우스들이 늘고 있다. '동네친구'만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일지 질문을 던졌다. 강씨는 '목욕탕'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동네 목욕탕을 중심으로 광진구 자양동/화양동 일대에 지역 청년들이 모여서 살면서 주거 공간도 공유하고 커뮤니티도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동네와 친숙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목욕탕집 아들은 셰어하우스도 챙기고 목욕탕도 운영하느라 하루하루가 스케줄로 꽉 차 있다. 큼지막한 다이어리는 벌써 각종 메모와 서류들로 빈틈 없이 두툼하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카페 앞에 세워 둔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또 어디론가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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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년함께는 7월 18일(목) 청년주거현실을 함께 고민하기 위한 이야기 한마당을 엽니다. 동네친구도 발표 사례로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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