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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부동산 투기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의 실천 과제

작성자 : 관리자 (211.227.40.***)

조회 : 2,074 / 등록일 : 20-05-06 18:56

 

 

 

부동산 투기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의 실천 과제

 

 


이성영 / 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로 부동산 투기 심리가 한풀 꺾였다. 만약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국민들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는 집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내 집 값을 떨어뜨릴 것 같은 존재는 내 집 주변에 얼씬거리지도 못 하게 하는 분열과 적대를 일으킨다.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악성인 이유이다.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감염 현상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모든 사안을 ‘내 집 값을 올리느냐, 내리느냐’로 판단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온다거나,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 청년임대주택 등이 들어온다고 하면 근거 없는 집값 하락에 대해 우려하며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심지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건립하려고 하는 것까지 대학가 주변 집값 및 원룸 임대료가 떨어진다면서 반대한다. 청년,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이 우리네 근처에 머물려고 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자신이 사는 지역에 들어오지 못 하게 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말았다.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집값’ 외에는 다른 가치가 다 사라진다. ‘집값’이 정의, 긍휼, 동정심 등 존엄한 인간의 근간이 되는 모든 감정과 가치를 잠식해버리고 만다.


부동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태를 보면 복음서 속 부자와 나사로가 떠오른다. 차려진 부동산 불로소득의 만찬을 홀로 독차지하고자 청년,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내쫓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복음서 속 부자는 거지 나사로를 문 앞에서 음식 찌꺼기라도 받아먹도록 용인했지만 21세기 졸부들은 나사로를 집 앞에 얼씬도 하지 못 하게 한다. 나사로 때문에 교육환경이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확산 원인


엄밀히 말하면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라기보다는 토지불로소득 바이러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부동산 투기는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는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여 교통·문화·교육 인프라를 조성하거나, 상업이 활성화되거나, 천연자원이 발견되는 등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하였거나 천부적 가치로 인해 올라간 토지가치, 즉 토지불로소득을 개인이 독식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투기는 토지불로소득이라는 원인으로 인한 결과이자 증상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 역시 토지불로소득을 공공이 환수하려는 시도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린 이유는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종합부동산세 강화라는 조치가 생각보다 미흡한 수준으로 진행되었기에 시장참여자들은 마음 놓고 부동산 투기에 매진하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아니 토지불로소득 바이러스에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감염된 이유는 부동산 투기 예방 백신인 토지불로소득 환수에 미적지근했던 정부의 탓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땅과 집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관점


부동산 투기와 토지불로소득에 대한 성경의 관점은 명확하다. 희년 규례를 담은 레위기 25장에서는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며 인간은 이 땅에 잠시 머무는 거류민, 임차인(레 25:23)이라고 천명한다. 각 지파, 각 가족에게 토지를 나누어주고 혹 토지가 소수에게 독점되어 가난의 대물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 토지를 원소유주에게로 돌려주라고 명한다(레 25:28).


희년에 담긴 함의는 무엇인가? 땅을 독점하여 빈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다른 사람을 노예로 삼는 일이 이스라엘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는 하나님의 소유이며, 하나님께 땅을 빌려서 살아가는 이스라엘은 공평과 정의라는 임대료를 하나님께 내어야 한다(사 5:7). 하나님께서 기대하는 공평과 정의라는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하나님은 임차인을 바꾸신다. 하나님께서는 공평과 정의라는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고 포악한 행위를 일삼은 가나안 일곱 족속을 쫓아내시고(신 9:5),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을 빌려주셨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 역시 당신께서 주신 규례와 법도를 따라 공평과 정의를 행하지 않으면 빌려주신 땅에서 내쫓을 것이라고 경고하셨다(레 20:22).


특히 이사야 예언자는 희년 규례를 지키지 않고 땅과 집으로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이스라엘 부유층들에게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한다.


가옥에 가옥을 이으며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 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에서 홀로 거주하려 하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사 5:8)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보낸 많은 예언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돌이키지 않고 공평과 정의의 열매를 맺지 못한 이스라엘(사 5:7)은 결국 바벨론 포로가 되어 그 땅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신약성경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방어적인 조치가 아니라 레위인 바나바처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을 팔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모습(행 4:34~37)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초대교회의 전통을 잇는 초기 기독교 교부들 역시 토지를 독점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유층들을 향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토지는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이기에 그것을 단지 사용하는 것이지 소유권을 가져서는 안된다. - 크리소스토무스(초기 기독교 교부, 349~407)


네 것을 가난한 이에게 희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의 것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함께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을 네가 독점했기 때문이다. 땅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 결코 부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 암브로시우스(밀라노 주교, 340~397)


이렇듯 성경과 교회사의 전통 속에서 볼 때 부동산 투기를 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은 동그란 네모, 뜨거운 냉수처럼 형용모순일 수밖에 없는데 오늘 우리 교회의 비극은 부동산 투기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형용모순이 교회 안에서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현실이다.


토지불로소득 바이러스 종식을 위한 교회의 역할


땅과 집에 대한 성경의 관점이 아닌 무제한적 토지독점과 부동산 투기를 허용하는 바알종교의 관점이 득세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이사야 선지자와 같은 예언자적 메시지가 필요하다. 내 집 값이 떨어질까 자신들 근처에 사회적 약자들이 사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지역에 있는 교회나 시찰, 노회에서 우리는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이주민노동자, 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지역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들릴 수 있길 바란다.


코로나 19로 곤경을 겪던 우한 교민들을 아산·진천에 있는 공무원 교육시설에 2주간 격리시키고자 할 때 초기에는 우한교민을 아산·진천 지역에 수용하는 것을 반대했던 혐오의 목소리들이 높았다. 하지만 ‘우리가 아산이다’라며 우한 교민들 잘 쉬어가시라는 환대의 목소리에 혐오의 목소리가 압도되었던 지난 1월을 기억한다.


집값 하락을 이유로 혐오의 목소리가 지역에서 높아질 때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을 환대하고 아끼는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지역에 오는 것을 환영하고 함께 하겠다는 해당 지역교회들이나 시찰, 노회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면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교회의 대사회적 공신력이 얼마나 높아질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후 강남지역에서 종부세 반대 운동이 일어날 때 강남 대형교회 중 한 곳에서라도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혜택에 대해 기꺼이 종부세를 내겠다는 메시지가 나왔다면 사회가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을 것이다. 교회가 예언자적 기상과 메시지를 회복할 수 있는가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아울러 땅과 집에 관한 성경의 관점을 지금 여기에 현실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성경이 말하는 땅과 집은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기상품, ‘사는 것’이 아니라 쉼터, 일터, 삶의 터전인 ‘사는 곳’이다.


지금 우리는 빚을 내어 목돈을 마련해 내가 사서 소유한 집에 살거나, 남의 집에 살면서 집주인이 언제 나가라고 할지, 돈을 올려달라고 할지 노심초사하며 사는 방식 외에는 다른 선택지를 상상해보고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매매와 전·월세 사이의 다른 대안이 없지 않다. 함께 소유하여 시세차익은 얻을 수 없지만, 적정한 주거비 수준과 안정적인 기간을 보장받고 살 수 있는 방식이 없지 않다. 공동체가 함께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은 각자가 사용하는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이나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땅과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구현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이렇듯 교회가 땅과 집을 투기상품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삼으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준다면 만연하여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토지불로소득 바이러스도 점차 힘을 잃고 부자와 나사로가 함께 사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땅과 집에 관한 예언자적 메시지와 교회의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 <주간기독교 4월29일자> 부동산 투기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의 실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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