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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서초구의 기본소득 실험, 재산세 감면과 같이 못간다

작성자 : 희년함께 (211.227.108.***)

조회 : 1,330 / 등록일 : 20-10-12 20:19

 

 

 

주목받는 서초구의 기본소득 실험, 재산세 감면과 같이 못간다

예산 44억원 기본소득 실험 이후, 조은희 구청장이 답해야 할 문제

 

 

 

기본소득이 대세이긴 한가보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이슈 선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과 야당의 지자체장 중 실용주의 대표선수를 꼽으라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꼽을 수 있다.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으로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장들이다.

 

서울시장을 꿈꾸는 조은희 구청장은 정책적 관심의 범위를 기본소득으로 넓히고 있다. 서초구는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실험을 시작했다. 지역 내에 거주하는 만 24세에서 29세 청년 1000명을 선발하여 300명은 매월 52만 원씩 2년 동안 지급하는 반면, 나머지 700명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

 

서초구는 이 두 집단을 비교해 기본소득이 고용과 구직 및 생산활동, 연애와 결혼·출산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기본소득의 효과를 증명해볼 수 있는 꽤나 정교한 실험이다. 눈 밝은 조은희 구청장이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사례를 유심히 본 것 같다.

 

주목받는 서초구의 청년 기본소득 실험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데이터 조작을 하지 않는 선에서 기본소득 실험은 많을수록 좋다. 기본소득 정책의 정밀도와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청년 기본소득의 정책효과 연구는 기초 지자체에서 할 연구는 아니다. 청년 기본소득의 효과가 있다 해도 해당 지자체의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나누어주기에는 기초 지자체의 재원을 다 써도 모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의 청년 기본소득 실험은 조은희 구청장의 차기 서울시장을 위한 포석을 넘어 국민의힘의 정권 재탈환 이후를 고려한 정책 실험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난 6월에 연구용역을 맡겼다고 하니 비슷한 시기에 기본소득을 언급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대표적 상징인 기본소득 어젠다를 야당으로 가져오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조 구청장은 연간 1500억 이상의 재원을 지출하는 경기도의 청년 기본소득 정책이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도지사의 감에 의존해서 진행한다고 비판하면서 서초구는 데이터와 객관적인 연구에 기초해서 정책을 준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년 기본소득을 교두보로 삼은 조은희 구청장의 서울시장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조은희 구청장의 역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금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된 횡단보도 그늘막,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조은희 구청장의 작품이다. 아울러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 설립, IT 기술에 소외되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 시니어 IT 체험존 및 정보화 교육, 미투 직통센터 개설, 유기견 입양을 위한 서초동물사랑센터 등은 조은희 구청장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좋은 정책 사례들이다.

 

민주당의 바람이 거셌던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일한 야당 당선자로, 그것도 2014년보다 더 높은 득표율로 서초구청장 재선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조은희 구청장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다.

 

조은희표 청년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은?

 

하지만 청년 기본소득은 지금까지 서초구가 펼쳐왔던 정책과는 다른 수위의 정책이다. 2년간 44억 원을 들이는 정책연구로 끝낼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서울시장이 되고 야당이 정권을 재탈환하여 청년 기본소득을 정책화시키겠다고 한다면 재원 마련 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은 예산을 조금 아낀다고 만들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결국 자산소득이든, 노동소득이든 높은 소득을 얻는 개인이나 기업들에게서 세금을 확보하여 다시 재분배하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서초구의 정책들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침범하지 않고도 가능했지만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건드려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적어도 토지보유세, 탄소세, 데이터세 등 기본소득 재원 확보방안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조 구청장이 기본소득을 자신의 정책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방안에 대한 분명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조은희 구청장이 재원 확보방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 최근 실행했던 서초구 공시가격 9억 이하 1가구1주택자 재산세 25% 감면과 기본소득이 어울리지 않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재산세 감면+기본소득, 지속 가능하지 않다

 

조 구청장이 서울시장이 되고 기본소득의 정책 연구에서 청년 기본소득의 효과가 검증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청년 기본소득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서초구에서 했던 것처럼 서울 전역에 재산세 감면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까? 기본소득 정책과 기득권층의 소득 중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가장 큰 소득인 토지불로소득을 더 많이 보장해주는 재산세 감면 정책은 충돌한다.

 

조은희 구청장의 꿈이 서울시장과 그 너머를 내다본다면 정책 철학의 정돈이 필요하다. 서초구청장에 머물겠다면 재산세 감면으로 지지층을 모으는 것이 효과적일지 몰라도 서울 전역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을 꿈꾸고 그 너머도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기득권 층의 이익을 재분배하지 않고서는 청년 기본소득도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정도로 확산하기는 어렵다.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재원에 있어 토지보유세만한 세금이 없다. 20세기 최고의 보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까지 토지보유세가 경제에 주는 부담이 가장 적다며 세금을 걷어야 한다면 토지보유세가 좋다고 했을 정도이다.

 

국민이 혜택을 보는 건강한 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파트너의 실력이 중요하다. 야당이 실력이 있어야 여당도 긴장하며 보다 더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고심하며 정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은희 구청장의 건투를 빈다.

 

 

<오마이뉴스 2020년 10월 10일> 주목받는 서초구의 기본소득 실험, 재산세 감면과 같이 못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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