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영의 토지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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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문재인 정부는 쉽지만 안좋은 길로 가고 있다

작성자 : 희년함께 (221.155.44.***)

조회 : 213 / 등록일 : 20-11-05 17:30

 

 

 

재산세, 문재인 정부는 쉽지만 안좋은 길로 가고 있다

근로소득세엔 잠잠하고 재산세엔 분노하는 언론과 국민들의 모순

 

 

 

말 많고 탈 많던 재산세 감면의 범위가 확정되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산세 감면 폭을 공시가 9억 이하(실거래가격 12-13억) 주택으로 넓혀 주택소유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했던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고 정부의 안대로 공시가 6억 이하(실거래가격 9억~10억원) 주택으로 결정되었다.

 

재산세 감면의 명분은 실수요자 보호다.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90%까지 현실화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재산세가 올라갈 수 있으니 중저가 1주택 실수요자의 재산세 부담을 경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산세 감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견일치

 

재산세 감면 범위의 차이만 있을 뿐 방향성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국민의힘은 모두 같다. 국민의힘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공시가 9억 이하 주택 재산세 25%를 감면할 때도,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길 때도, 민주당이 202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조은희 구청장의 기준인 공시가 9억 이하 주택을 받은 것도 모두 '부동산투기를 하지 않은 1주택 실수요자들의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중저가 1주택자들의 세금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관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근로소득세엔 잠잠하고 재산세엔 분노하는 이상한 상황

 

이상한 일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연봉이 높아지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에 대해 속으로는 아쉬워하겠지만 언론도 시민들도 공개적으로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는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가치가 올라가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왜 내가 세금을 더 내야 하냐'는 불만을 언론들이 부추기고 많은 시민들도 동조한다.

 

화가 난다면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근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떼는 게 더 화가 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사회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낸 토지가치 상승분, 토지불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더 걷는 것에 대해서만 불같이 화를 낸다. 이상한 일이다.

 

혹여 집값이 올랐더라도 집을 팔아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세금을 내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추후 매각이나 증여, 상속할 경우 밀린 세금을 납부하는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하면 될 일이다. 보유세 자체를 없애고 싶어하는 보수언론과, 집 가진 이들의 비난여론이 두려워 몸을 사리는 정부와 여당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가장 좋은 세금인 토지보유세, OECD도 올리라고 하는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동산보유세, 더 구체적으로는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부과하는 토지보유세가 조세 중에 가장 좋은 세금이라는 것은 경제학계에서는 공통된 합의이다. 노동이나 자본에 세금을 매기면 노동 공급이 줄어들거나 자본이 해외로 빠져 나가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지만, 토지는 소유자가 원한다고 숨기거나 옮길 수 없기에 토지에 세금을 매긴다고 해서 공급이 줄어들어 생산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없다.

 

오히려 토지사용 목적보다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들어오는 이들을 막아 토지사용의 효율성을 높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토지보유세를 토지사용의 대가인 지대 수준으로 충분히 걷는다면 생산을 억제하는 여타 세금을 감면할 수도 있기에 경제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수경제학의 거두인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도 토지세를 인정한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지대추구를 막는 토지보유세는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 빈부의 양극화를 막을 수 있기에 형평성을 중시하는 진보 경제학에서도 당연히 인정하는 세금이다.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토지보유세는 납세자가 숨기고 싶다고 숨길 수도 없고, 세금을 걷는 이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세금을 깎아주고 뇌물을 받는 등 부정부패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조세 징수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최적의 세금이다. 이런 장점이 있기에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에서 토지보유세를 높이고 여타 세금을 낮추라고 권고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토지보유세는 근로소득세처럼 원천징수가 어렵고 내 주머니에서 직접 빠져나가기 때문에 납세자들에게 가장 인기없는 세금이다. 쉽게 말해, 토지보유세는 몸에는 좋지만 당장 입에는 쓴 보약 같은 정책이기에 표를 얻기에 급급한 많은 정부에서 토지보유세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보유세 완화해주는 것은 정의일까, 포퓰리즘일까

 

입에는 쓴 토지보유세를 강조할 것인가, 몸에는 좋은 토지보유세를 강조할 것인가. 이 선택에서 정부의 철학과 방향이 갈린다. 보유세는 입에 쓴 약 같은 정책이다. 괜히 집 가진 국민들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말고 보유세를 낮추어주면서 인기를 얻는 것은 쉬운 방향이다. 반면 토지보유세는 당장에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보약같은 세금임을 밝히면서,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토지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길은 어려운 방향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정책에 있어 정부와 여당이 보수야당과 특별한 차별성이 없는 이유가 모두 정책철학의 근본적인 기조가 전자의 방향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재산세 감면으로 인기라도 얻을 수 있을까. 지금은 공시가 6억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율 감면을 해준다고 해도 공시가 6억 이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도, 공시가 6억 이상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도 모두가 불평이다. 공시가 6억 이하 주택소유자는 공시가 현실화로 인해 나중에 재산세를 많이 낼 것이 아니냐며 불평하고, 공시가 6억 이상 주택소유자는 이미 많이 내고 있는데 더 내야 한다면 화를 내고 있다.

 

부동산개혁, 노무현처럼 할 수 없었을까

  

직접세인 보유세는 애시당초 인기가 없는 세금이다. 현 정부 들어 보유세에 대한 저항감도 더 커졌다. 현 정부는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토지가치의 편익을 누리는 대가로서의 보유세를 매긴다는 형태로 접근하지 않았다. 단지 돈 많은 사람, 주택을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징벌적으로 매기는 세금으로 정책을 펼쳐왔기에 이미 국민들에게 보유세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인식이 더 커졌다. 이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말았다.

 

이제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OECD 평균 정도의 보유세 수준에 맞추기에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출범 초기부터 땀의 가치가 인정받고 땅의 가치는 모두가 함께 누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고 설득하며 보유세 강화를 강조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기가 없는 일이라도 국가 전체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국민들을 설득하려 애쓰고 밀고 나갔다. 역대 정권이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참여정부에서 종부세가 도입되었고 2005년 당시 보유세 실효세율 0.15% 수준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유세를 강화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 수준인 0.61%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참여정부의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들이 누적되어 문제가 더 커져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마이뉴스 2020년 11월 5일> 재산세, 문재인 정부는 쉽지만 안좋은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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