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토지정의

언론과 토지정의
이전 목록 다음

민주평화당 '1억 아파트 공급' 공약의 허와 실

작성자 : 희년함께 (221.155.44.***)

조회 : 1,018 / 등록일 : 20-07-17 15:42

 

 

 

민주평화당 '1억 아파트 공급' 공약의 허와 실

홍준표 버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넘어야

 

 

 

지난 20일 민주평화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1억 아파트 100만 채 공급을 들고 나왔다.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면 호당 건축비 1억으로도 충분히 100만 채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홍준표 버전의 반값아파트와 동일 

 

2006년 한나라당 시절 홍준표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반값아파트를 내세웠다.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은 임대하는 방식으로 하면 반값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당시 홍준표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맞서 열린우리당에서는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제시하였다. 반값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자 참여정부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군포시에 시범사업으로 공급했다. 여론에 떠밀려 정부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했지만 야당 의원인 홍준표의 간판 정책을 성공시킬리 만무했다.

 

기본적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불로소득이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과 같은 주택이다. 이런 시범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세밀한 정책설계와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했지만 애시당초 '한적한 동네'인 군포시에, '시세차익도 거둘 수 없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높은 토지임대료'를 받는 조건으로 공급하니 성공할 수가 없었다.

 

홍준표 버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이명박 정부 시절 꽃을 피웠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사업의 한 꼭지로 이명박정권 창출의 공이 있는 홍준표 의원의 간판정책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강남·서초에 772세대를 공급했다.

 

군포에서의 실패 경험이 있었기에 조마조마했겠지만 강남·서초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각각 청약경쟁율 4.2:1, 6.89:1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강남·서초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애시당초 성공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강남·서초 지역에, 분양가격도 주변시세의 1/4 수준인 2억2천만원으로, 토지임대료도 35만원으로, 파격적으로 낮게 공급하니 실패할 리 만무했다.(강남 세곡지구 84㎥ 기준)

 

부자동네의 상징인 강남에서 월 토지임대료 3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임대료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토지임대료 산출 방식을 '택지조성원가 * 은행 3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율'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를 풀어 토지가격을 낮추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역시 강남의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택지조성원가가 파격적으로 낮았다. 임대료율 또한 주변 지역에서 통용되는 임대료율이나 국공유지 임대료 산정기준(자산 가액의 5%)이 아닌 은행의 '3년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1~3% 수준)을 기준 삼았다.

 

민주평화당이 지향하는 주택정책의 이상향은 이명박정권에서 만든 홍준표 버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보인다. 총선공약 1호 보도자료에서도 '강남과 서초에 공급될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홍준표 버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고, 공공은 강제수용한 공공토지를 매각하지 않아 자산이 증가하는 민간-공공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극찬한다.

 

민주평화당의 1호 총선공약은 '그때 그시절'을 추억하며 반값아파트를 넘어 1억 아파트로 재탄생한 리메이크 버전이다.

 

홍준표 버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허와 실

    

홍준표 버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 분양만 잘 되었다고 성공이 아니라 처음 목표대로 저렴한 가격으로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지가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지금 강남 세곡동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가격은 얼마일까? 2012년 분양 당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가격은 2억2천만원, 토지임대료는 월 35만원, 5년 간 전매제한 조건이었다. 전매제한기간이 끝난 2018년에는 8억 3천만원까지 치솟았으며 지금은 매매가격이 10억을 넘었다.

 

반값아파트라던, 주변 시세의 1/4 수준으로 공급했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10년도 되지 않아 4-5배나 뛰고 주변시세와 같아졌다. 강남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최초 분양자만 혜택을 보게 된 로또아파트가 되어버렸다.

 

반값아파트라던 강남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왜 저렴주택 공급이라는 본래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위치'에 '저렴한 토지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좋은 위치에 주변 시세보다 낮게 토지임대료를 책정하고 건축비 수준으로 건물을 분양하면 필연적으로 건물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처럼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을 개인이 소유하도록 하면 건물가격은 사실상 건축비 + 약간의 이윤이기에 웬만한 고급자재를 써도 3.3㎥ 당 1천만 원을 넘기 어렵다. 강남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더라도 토지가격을 제외한 건물가격만으로 신규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가격은 주변시세의 1/4 수준인 2억2천만원이 가능하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주택가격이 저렴하긴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서 말하는 주택가격은 가치가 상승하는 토지를 제외한 건물분 가격이기에 시간이 지나 건물이 노후될수록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강남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강남의 토지가치를 토지임대료로 다 환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 대비 파격적으로 낮은 강남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월 토지임대료 35만원과 주변의 시장임대료 차액은 고스란히 건물가격으로 전가되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건물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강남에 살고 있고 정부는 나에게 보증금 2억, 월세 35만원(2년 5% 이하 임대료 상승) 조건으로 주택을 빌려주었다고 가정해보자. 내 집 주변에 있는 비슷한 수준의 주택은 모두 보증금 2억, 월세 200만원 조건으로 세입자를 구한다. 그렇다면 나는 보증금 2억, 월세 190만원 조건에 세입자를 구하면 세입자도 다른 집보다 10만원 싸게 집을 구해서 좋고, 나는 금세 세입자를 구하고 월 155만원의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나에게 집을 팔라는 제안이 들어온다. 나는 이 집을 얼마에 팔아야 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집의 가치는 주변에서 보증금 2억, 월세 155만원을 받는 집과 동등한 가격으로 팔린다.

 

시장임대료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임대료 차액을 환수하거나 건물가격을 팔 때 적정가격으로 공공에게 되파는 환매 조건이 없다면 아무리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라고 하더라도 강남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토지가치가 상승하는 곳은 주변 주택시세를 따라 주택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바다에 물 한 바가지 붓는다고 바닷물이 덜 짜지지 않듯이 99채의 기존 주택이 있는 곳에 1채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면 99채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1채가 99채의 가격을 따라가게 된다.

 

홍준표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전매제한이 풀리면 주변 시세만큼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아마도 몰랐던 것 같다. 알았다면 뻔히 예상되는 일들을 막을 환매조건을 붙이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위치의 토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 주택가격이 높아지는 이유가 토지불로소득이라는 점,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이유가 토지불로소득이라는 점, 토지가격은 미래 발생할 모든 토지임대료 수익을 현재로 환산한 가격이라는 땅값이 책정되는 기본원리를 파악하지 않은 채 정부가 무조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을 낮출 수 있고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이들의 주장은 위험하다. 홍준표 버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실패 사례를 참고해 얼른 생각을 돌릴 필요가 있다.

 

홍준표 버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넘어

 

홍준표 버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실패했지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함께 도매금으로 버려지기에는 아까운 주택 모델이다. 정책을 보완하여 빈틈을 잘 메운다면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부동산 투기 범위를 줄여나가고 향후 토지가 국가 소유인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주택정책 모델이 될 수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몇 가지 정책 제언을 드린다.

 

① 정책목표 분명히 해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제대로 된 정책효과를 발휘하려면 정책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사업 추진 지역의 환경에 따라 토지임대료를 시장임대료 기준으로 받는 '시장친화적 방식'으로 '토지불로소득의 차단과 안정적인 공공수입의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저렴한 분양가와 저렴한 토지임대료를 보장해줌으로써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주택 공급을 통한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② 환매 조건 필수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주택 공급을 통한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강남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처럼 저렴한 토지임대료와 시장임대료의 차액이 주택가격에 전가되어 주택가격을 높이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건물 소유주가 주택을 되팔 때는 매입가와 비슷하거나 떨어진 가격으로 정부에 되파는 환매조건을 붙여야 주택가격이 급등해 초기분양자가 모든 혜택을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③ 일부지역 토지임대료 상승률 5% 제한 완화

 

강남과 같이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은 토지임대료를 낮게 받는 '주거복지형' 방식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주거복지형 방식에 필수적으로 붙는 2년에 5% 이하 토지임대료 상승률 제한 조항으로 인해 강남과 같이 토지가치가 급등하는 곳은 시장임대료와 '주거복지형'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토지임대료 차액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임대료 차액이 클수록 불법전대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로또아파트 논란이 나오게 된다.

 

강남같은 지역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정책목표를 '토지불로소득의 차단과 안정적인 공공수입의 확보'로 잡는 것이 좋다. 시장임대료 수준으로 토지임대료를 받고 토지임대료 수입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 재원이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을 위한 토지비축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토지불로소득 차단과 안정적인 공공수입 확보'를 목표로 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임대료 상승률 5% 제한을 해제해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④ 지가 기준이 아닌 지대 기준으로 임대료 계산 방식 전환

 

땅과 집을 투기상품이 아닌 거주 및 사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지가는 상당히 불안정한 지표이다. 투기 목적으로 돈이 부동산에 몰릴 때에는 지가는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거품이 잘 생기지 않으며 토지가치를 정확히 반영하는 지대 중심의 토지임대료 계산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와 같은 보완조치가 이루어진다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땅과 집이 투기상품화되고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기존 국내에 서 시행되었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허와 실을 잘 파악하여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길 기원한다.

 

<오마이뉴스 2020년 1월 29일> 민주평화당 '1억 아파트 공급' 공약의 허와 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 통신망법에 의해 형사처벌 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SITE MAP

팀뷰어 설치파일 다운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