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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의 변신?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작성자 : 희년함께 (220.121.176.***)

조회 : 1,087 / 등록일 : 21-02-25 11:44

 

 

 

새마을운동의 변신?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철새 정치인 염홍철 전 대전시장,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내정... 기로에 선 새마을운동

 

 

 

2020년 6개월 간의 호주 산불, 한반도 집중호우, 텍사스 대정전 사태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위기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여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체계로 바꾸는 그린뉴딜만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원천이 바뀐다 해도 무한생산·무한소비·무한쓰레기 양산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두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관이 주도적으로 생활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면 주권자인 국민을 가르치고 계몽하려고 하느냐는 여론의 반발이 일어나기에 국민들의 생활방식 변화를 관이 주도적으로 끌어가기는 쉽지 않다. 시민단체의 본연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우리네 삶의 양식을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생활방식으로 바꾸자는 운동이 21세기 시민운동의 본류가 되어야 하며, 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정된 재원을 다른 영역보다 기후위기에 투입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깨어 있는 시민들을 조직하고 실천을 독려하는 일을 가장 잘 하는 시민단체는 어디일까? 새마을운동이다. 맞다, 그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의 환골탈태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국민들은 대부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거나 보수 정권의 관변단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2021년 새마을운동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최전선에서 선봉장으로 서 있다. 1970년대 근면·자조·협동이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빈곤 극복에 최선봉에 섰다면, 지금은 생명·평화·공경사상에 기초한 생명살림국민운동을 전개하며 기후위기 극복의 최선봉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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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마을운동 생명살림 1·2·3 운동 ⓒ 새마을운동중앙회  

 

새마을운동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화면에 커다랗게 생명살림 1·2·3 운동이 쓰여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 특히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실천방안으로 유기농업과 태양광을 결합한 유기농태양광발전소를 세우고,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상수리나무의 10배가 되는 1년생 양산(케나프)를 심고, 에너지, 비닐·플라스틱, 수입육고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유기농업을 독려하기 위해 태양광발전 수입과 연동하고,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월등히 좋고 플라스틱의 대체원료로 사용가능한 1년생 식물인 양삼심기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에너지 전환을 넘어 에너지 절감까지 나아가는 시도를 보면 가히 기후위기 시대의 최선봉에 있는 시민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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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 내 유기농-태양광 발전소 ⓒ 새마을운동중앙회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독려하기 위해 성남에 있는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을 실험실로 만들었다. 아스팔트 주차장을 걷어내고 곳곳에 유기농지를 조성하여 배추‧무 등 각종 채소를 심고, 유기농업과 태양광발전을 결합한 유기농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다. 아울러 수직형 태양광패널을 설치하여 연수원 전기 사용량 100%를 내부 태양광발전에서 충당하고 있다. 100% 내부 태양광발전 충당을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여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스라엘의 영농기술을 도입해 만든 절수형온실농장(스마트팜)은 화학비료와 에너지 낭비, 과도한 노동부담 없이 유기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1년생 작물 양삼을 연수원 곳곳에 심고, 대소변을 퇴비로 바꾸는 생태화장실을 설치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탁월한 동애등에라는 벌레를 활용해 연수원 내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동애등에가 만들어낸 분변토와 동애등에를 말려 농사비료로 사용하는 등 에너지 생산에서부터 쓰레기 처리까지 생태적 순환체계를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 안에 고스란히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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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 내 절수형 온실농장(스마트팜) ⓒ 새마을운동중앙회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췄지만 전국의 초중고생들과 어른들이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을 방문한 후 생각이 변하고 실천에 대한 고민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자는 추상적인 구호나, 실천과 현장은 배제된 탁상공론식 정책 담론과는 판이하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이런 수준의 실천과 고민을 가진 시민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퇴행과 진보의 기로에 선 새마을운동

 

새마을운동은 어떻게 기후위기 극복의 선봉장이 되었을까? 그 중심에는 현재 새마을운동중앙회 정성헌 회장이 있다. 가톨릭농민회 출신인 정성헌 회장은 농민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진보운동의 원로이다.

 

2018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정성헌 회장은 "70년대의 시대적 과제가 절대가난 극복이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 극복"이라며 "새마을운동은 절대가난을 극복한 역사적 경험과 성취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문명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새마을운동 회원들을 독려하며 기후위기의 최선봉에 선 새마을운동을 이끌고 있다.

  

▲ 새마을운동, 생명살림의 길을 걷다 ⓒ 새마을운동중앙회

 

정성헌 회장이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사연도 흥미롭다. 정성헌 회장을 인터뷰한 프레시안 기사에 따르면 2017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서 제안이 왔다고 한다. 새마을운동은 농촌에서 시작된 대중운동이니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 대중운동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적극적인 권유에 네 달을 거절하다가 결국 해보겠다고 하고 회장 선거에 당선되었다. 회장 취임 후 110일, 네 달 정도를 많은 모임과 토론을 거쳐 이런 생명살림국민운동으로의 대전환에 합의하여 지금의 새마을운동의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이든 사회든 나쁜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좋은 흐름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명살림운동이 새마을운동 200만 회원들에게 한순간에 체화되긴 쉽지 않다. 생명살림운동의 기조가 이어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낸 문재인 정부이기에 새마을운동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며 생명살림과 기후위기 극복을 염원하고 실천하는 깨어 있는 시민들을 독려하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에 새로운 중앙회장이 부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염홍철 전 대전시장을 내정한 모양이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누군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자유선진당 등 당적을 수도 없이 옮겨 다닌 철새 정치인의 상징이다.

 

전국에 200만 회원을 가진 거대조직인 새마을운동은 현재 선출직이 아닌 정치인들이 정치 복귀 및 선거준비를 위한 발판으로 삼을만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인 출신 중앙회장이 낙하산으로 부임하게 되면 지금까지 새마을운동이 보여준 변화의 흐름은 다시 퇴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린뉴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외치는, 게다가 촛불시민이 만들어낸 문재인 정부의 인사라고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너무 많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5일 총회에서  330여명의 대의원들의 찬반투표로 회장이 선출된다.  염홍철 전 시장은 여기에 단독 입후보했다. 경선 의지를 표명하던 정성헌 회장은 전국 대의원 정수의 3분의 1 추천을 받지 못해 후보등록을 하지 못했다.)

 

현재 새마을운동은 퇴행과 진전의 기로에 서 있다. '잘 살아보세'에서 '잘 살려보세'로 전환하려 애쓰는 새마을운동의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새마을운동이 기후위기 극복의 선봉장으로 나서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일까?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은 기후위기 극복의 선봉에 선 단체가 보은인사와 낙하산 정치인의 정치놀음 대상이 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2021년 2월 23일> 새마을운동의 변신?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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