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영의 토지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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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의 100억대 땅투기 의혹,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작성자 : 희년함께 (58.120.230.***)

조회 : 136 / 등록일 : 21-03-05 17:27

 

 


LH 직원의 100억대 땅투기 의혹,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핵심은 만연화된 부동산 투기... 몇 사람 징계 아닌 '재발방지 제도' 마련해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이 복병을 만났다.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추가지정이 된 시흥·광명지구에 100억 원대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LH 전·현직 직원 14명이 배우자, 지인과 함께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광명·시흥시 신도시 지구 내 7000평가량의 농지를 사두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익감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관련 기사: "LH직원, 3기 신도시 광명·시흥에 100억 원대 땅 투기 의혹" http://omn.kr/1s9aa)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와 LH 등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택지개발 관련 부서 직원과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인천, 경기도는 물론 3기 신도시 입지가 포함된 기초지자체까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하니 또다른 땅투기 의혹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혹으로만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의혹만 일으키다가 이슈가 사그라들어 유야무야 끝낼 것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이 중요하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사안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택지개발 및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LH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최대한의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LH 직원들의 행동이 법에 어긋나지 않은 수준에서 땅 투기를 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LH 직원 땅투기 사건은 꼭 내부 비밀정보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업계에 오래 종사하고 신도시 선정 기준을 대략 아는 사람이라면 광명·시흥 지구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구글에서 '신도시 기준'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한국경제> 기사의 일부 내용이 뜬다.

 

"2005년 수립된 국토교통부 내부 법규인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 기준'에 따르면 신도시는 330만㎡ 이상 규모로 시행되는 개발사업으로서 자족성, 쾌적성, 편리성, 안전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계획에 의하여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도시를 말한다."

- <한국경제> '330만 이상이면 신도시... 9·21 발표 대규모 택지는 신도시'.  2018.09.27

 

정부가 서울 근교에 신도시를 짓겠다고 계획한다면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고, 100만 평 이상 되는 평탄한 지역들을 찾아야 한다. 서울 근교에 100만 평 이상의 평탄한 지형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광명·시흥지구는 늘 유력한 신도시 후보였다.

 

광명·시흥지구는 이명박 정부에서 9만 5천 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10년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되었지만,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인한 집값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대폭 축소하면서 2014년 9월 보금자리지구에서 해제되어 지금까지 특별관리지역으로 묶여 있는 곳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2019년 5월, 3기 신도시 추가지정에서 광명·시흥지구가 빠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2018년 4월에 매입한 LH 직원 외에 다른 직원들은 2019년 6월 이후에 해당 토지를 매입하였다. 2019년 5월에 3기 신도시 추가지정 지구로 고양시 창릉지구와 부천시 대장지구가 지정되고, 광명·시흥지구가 빠진 것을 보면서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인 광명·시흥 지구가 다음 차례의 신도시 개발지역이 확실하다는 판단하에 3기 신도시 추가지구 지정이 확정된 직후에 광명·시흥지구의 토지를 매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는 꼭 내부정보를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런 패턴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LH 직원들은 택지개발지구를 지정하는 데 관여한 직원들이 아닐 뿐더러 정말 내부정보를 활용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보통 믿을 만한 지인이나 친척을 활용하지 본인의 이름을 걸고 땅을 사진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투기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다만, 택지개발 및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LH의 직원이라면 내부 비밀정보가 아니더라도 업계 종사자의 감으로 다른 이들보다 수월하게 보상규모 및 보상 극대화 방식과 대략 어느 지역이 후보군에 오르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에는 쉽지 않다.

 

초점이 내부정보 활용에 대한 비판으로 집중되면 곤란하다. 만약 내부정보 활용이 아니라는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면 이번 LH 직원 땅 투기 사건은 먼지만 풀풀 일으키다 사그라드는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아니,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는 공공기관과 부동산정책에 대한 잃어버린 신뢰가 치명적이다.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해야

 

내부정보를 활용했다면 오히려 재발방지책은 수월하다. 국토부, LH 및 지방공사 등 택지개발 및 주택공급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면 된다.

 

혹자는 재산권 침해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도 증권회사 직원들은 주식투자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증권계좌 수와 매매 횟수, 투자금액에 대해 증권회사 임직원들은 제약을 받고 있으니, 부동산정책 관련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에게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부정보 활용이 문제라면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공무원들의 부동산 거래 제한을 두어 재발을 방지할 수 있지만, 내부정보 활용이 아니라면 재발방지책은 단순하지 않다. 합법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LH 직원 땅 투기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차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수월하게 농지를 매입할 수 있지만, 형식적으로 묘목을 심어두면 불법은 아니다. 헌법에는 경자유전이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도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합법적으로 농지 투기를 할 수 있다. 

 

내부정보 활용이 아니라면 신도시 후보 지역 땅 투기는 언젠가는 재건축·재개발이 될 거로 생각하며 재건축 예상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재개발 지역 노후 빌라를 사두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투기는 옳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끌어내 부동산 투기 이익을 줄이는 제도 전반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발방지의 최선책이다.

 

'부동산 투기는 옳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고위공직자들이 실수요 목적 외 부동산을 모두 백지신탁 하는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의 범위'를 공무원 및 공기업 종사자까지 확대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여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땅을 매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부동산 투기가 옳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끌어 내어 부동산 투기 방지 제도 강화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론과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부동산으로 인한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해 내부정보 활용으로 몰아가는 기사들만 쏟아지고, 정부와 여당은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까지 나아가지 않고 몇 사람만 희생양으로 내세워 국민들의 분노를 피하려고 한다면, 과거 여러 차례 보았던 것처럼 이번 LH 직원 땅투기 사건 역시 잠시 들끓었다 사그라드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오마이뉴스 2021년 3월 4일> LH 직원의 100억대 땅투기 의혹,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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