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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장관 사퇴해도 반드시 계속해야 할 것

작성자 : 희년함께 (211.227.108.***)

조회 : 1,099 / 등록일 : 21-03-19 10:30

 

 

 

변창흠 장관 사퇴해도 반드시 계속해야 할 것

은연중에 팔꿈치로 쿡쿡 찔러라... 공공자가주택을 활용하는 방법

 

 

 

"일단 임대아파트가 많이 들어오게 되면 임대아파트 단지로 알고 있기 때문에 뭐 집값도 나가지 않을 거고요. 그리고 뭐 학교 내에서도 그 단지에 산다고 한다면 차별화돼 있을 거고 그런 부분들이 가장 힘든 거죠."

 

지난해(2020년) 8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재성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 대표의 발언이다. 실명을 걸고 공중파 라디오에 나와 공식적으로 임대아파트가 섞이기 때문에 공공재건축을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전국민이 다 듣는 인터뷰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라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많았겠지만 '내 속마음과 똑같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정부에서 8.4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과천시 정부청사 및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등 국공유지에 공공임대주택 공급하겠다고 하니 여당 소속 마포구 국회의원인 정청래 의원과 김종천 과천시장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실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많은 국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 혐오 정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2018년 11월 "임대주택 사는 걔, '캐슬' 사는 우리 애랑 같은 길로 못 다녀"라는 기사제목은 맘카페 댓글에서 나왔을 정도로 집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집값을 떨어뜨리고 교육환경을 나쁘게 만든다는 편견이 만연한 상황이다.

 

공공임대주택 혐오를 줄이려면

 

질좋은 공공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기까지 공공임대주택 혐오는 우리 사회 갈등의 큰 축이 될 것이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캠페인을 해야 할까? 의식을 일깨우는 캠페인은 시민단체나 종교가 해야 뒤탈이 없지 정부가 어설프게 시도했다가는 표를 잃기 십상이다.

 

한동안 <넛지>(리처드 탈러 외 1인 저, 리더스북 출간)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인 '넛지(Nudge)'는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하기 싫은 것을 은연 중에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개입 방식을 말한다. 공중화장실의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 남성들을 소변기에 더 가까이 올 수 있도록 유도한 사례로 유명하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 혐오를 강제나 계몽이 아니라 은연 중에 줄이는 방식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다. 공공임대주택 혐오를 은연 중에 줄이는 한 가지 방안은 '자가와 임대의 경계를 흐리는 것'이다. 대상이 분명할수록 혐오가 수월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 속에는 자가와 임대 구분이 뚜렷하다. 유형 구분이 뚜렷하기에 자가주택, 특히 아파트 소유자들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주거유형인 임대아파트에 대한 혐오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강남구 자곡동과 서초구 우면동에는 건물은 개인 소유이고 토지는 정부 소유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모델이 있다. 이 사람들은 자기집에 거주하는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가? 입주자들부터 자가인지 임대인지 모호하고 그런 주택 유형을 보는 사람들도 자가와 임대의 구분이 모호하다. 자가주택과 임대주택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경계가 모호한 주택이 많아지면 임대주택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기 쉽지 않다.

 

공공 + 자가 = 공공자가주택

  

변창흠 장관 취임 이후 많이 회자되었던 '공공자가주택'이 바로 자가와 임대 사이에 있는 주거유형이다. 이름에서부터 '공공'임대와 '자가'주택이 들어 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혐오의 근저에는 공공임대주택이 내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일종의 사행심과 시세차익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제한하는 공공자가주택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시세차익을 정부와 나눈다는 자체로 임대주택 혐오를 줄일 수 있다.

 

공공자가주택은 공공성을 띤 자가주택이라는 것인데, 학계에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은 주택을 공공에게 되파는 환매조건부 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민간이 가지는 토지임대부 주택, 주택지분을 공공과 개인이 나누어 소유하는 지분공유형 주택, 주택을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사는 지분적립형 주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유형들이 단독이 아닌 혼합형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공공자가주택들이 많진 않지만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강남·서초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도 공공자가주택의 한 유형이다.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주택도 지분공유형 주택으로 공공자가주택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목좋은 곳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제도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데, 정부의 대출을 일정 이상 받고 분양가 대비 대출금액 비율만큼 추후 매각 시 시세차익을 정부가 가져간다. 수익공유형 모기지제도를 활용한 한시적 지분공유형 주택이다.

 

지난해 8.4 공급대책과 2021년 2.4 공급대책에 포함된 지분적립형주택도 공공자가주택 모델이다. 2.4 공급대책은 공공주도 재개발 시 목돈이 충분치 않은 토지주들에게 부족한 비용을 정부가 대출해주고 분양가 대비 대출비율만큼 정부가 주택지분을 소유하면서 차츰 지분을 건물주에게 넘기는 방식의 지분적립형 주택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공공임대주택 혐오의 가장 큰 원인은 공공임대주택이 내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편견이다. 집값 상승분이라는 시세차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시세차익분을 줄일 수 있다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혐오도 자연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공공자가주택의 유형이 많아질수록 공공임대와 자가의 경계가 흐려지기에 누구를 혐오해야 할지 모호해진다. 넛지를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혐오 희석 방안으로도 공공자가주택은 주목해볼 만하다.

 

변창흠 장관은 사퇴하더라도

 

공공자가주택이 공공임대주택 혐오를 희석시키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공공자가주택의 한 유형으로 구분하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민간에게 소유권이 모두 넘어간다. 소유권이 민간으로 영구적으로 넘어가면 미래에 발생할 집값폭등기에 대응할 수단이 줄어든다. 소유권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공공이 보유하고 있어야 미래 어느 순간 닥칠 집값폭등기에 대처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소유권이 모두 민간에게 넘어가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공공재개발 시 목돈이 없는 토지주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하는 한시적인 수단으로 사용해야지 국공유지를 활용하여 공급할 정책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민간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결국 자가주택이 되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공공자가주택 유형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2.4 공급대책은 급등하는 아파트값으로 패닉바잉에 나선 30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하기에 도심지 신축아파트 공공분양정책이 주를 이루었지만, 향후 주택정책은 공공자가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특히 국공유지를 활용한 공급정책은 100% 공공자가주택으로 가도 무방하다. 한번 민간에게 넘어간 땅과 주택은 되찾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에 가급적이면 국공유지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같이 정부가 영구히 소유하는 공공자가주택 유형으로 공급하는 것이 좋다.

 

시세차익을 상당 부분 환수하고 임대와 자가의 경계에 있는 공공자가주택이 상당한 수준으로 공급된다면, 자가와 임대의 경계가 흐려져 집값하락을 걱정하며 공공임대주택을 혐오하는 자가주택 소유자들이 공공임대주택을 반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LH 사태'의 책임을 지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사퇴하더라도 공공자가주택은 계속해서 추진되어야 할 이유이다.

 

 

<오마이뉴스 2021년 3월 18일> 변창흠 장관 사퇴해도 반드시 계속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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