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순복음교회 땅을 매각 아닌 장기임대했다면
조회 : 616 / 등록일 : 21-08-18 15:26
여의도 순복음교회 땅을 매각 아닌 장기임대했다면
교회 유휴 부동산의 올바른 사용법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소유한 2500여 평 규모의 땅이 3000억 원에 매각되었다는 뉴스가 포털사이트 뉴스 실시간 순위에 올랐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여의도 요지에 위치한 해당 부지를 2012년에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600억 원에 사서 10년도 되지 않아 매입가의 5배인 3000억 원에 팔았다고 하니 세간의 주목을 받을만하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댓글 반응이 온통 비난 일색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코로나 상황에서 헌금이 급격히 감소하는 바람에 재정난이 발생한 교회의 피치 못할 사정도 있었겠지만 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땅을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고 하니 이유 불문하고 부동산 문제로 스트레스가 큰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로서는 10년이 되지 않아 2400억이라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을지 모르지만 교회의 부동산 투기로 인한 대사회적 공신력 하락이나 이미지 실추는 대한민국 전체 교회로서는 크나큰 손해이다. 개별 교회의 재정난을 해결하면서도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 및 사용방안은 없을까?
교회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준으로 부동산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방법은 없지 않다.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공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부동산 개발기업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빌려준다면 적정 수익뿐만 아니라 교회의 유휴 부동산을 공익적 가치를 위해 쓴다는 미담(?)도 세간에 널리 퍼져 교회의 대사회적 공신력과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일시에 목돈이 들어오게 되면 운용 방안을 놓고 교회 내에 갈등과 반목, 부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정난 해결이 목적이라면 부동산을 매각해서 일시로 목돈을 받는 방식보다 장기적으로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 교회의 분란을 방지할 뿐 아니라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이다.
땅을 가진 교회의 역할
구체적으로 이번에 매각된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주차장 부지를 대상으로 상상해보자. 만약 교회가 공공성을 띤 부동산 개발회사에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장기 임대해준다면 해당 토지는 청년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청년임대주택 또는 땅과 집을 투자상품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삼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
현재 교회가 소유한 땅을 수익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막혀 있지만 만약 교회가 공공성을 위해 교회의 땅을 저렴하게 임대하겠다고 한다면 주거불안이 최대의 고민인 정부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법이나 조례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을까?
이번 사례처럼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일반 부동산 개발회사에 시세대로 매각하게 되면 회사도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해당 부지에 주거공간이나 상업시설을 지어 비싼 값에 분양하게 될 것이다. 교회가 가진 자산이 사회에 아무런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또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교회가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토지를 확보해놓고 이를 돈의 신인 맘몬의 논리대로 사용하도록 넘겨주는 것은 교회의 본래 사명과 너무도 동떨어진 행동이다. 신이 인류 전체에게 삶의 터전이자 선물로 주신 땅을 투기수단으로 전락시켜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흐름을 끊을 수 있는 힘이 땅을 가진 교회에 있다.
교회가 오른 땅값의 시세차익을 100% 얻겠다는 생각만 내려놓는다면 교회는 적정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뿐 아니라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교회가 가진 땅과 재산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한국교회는 1957년 한국에 들어와 토지정의를 선구적으로 외쳤던 개신교 수도원 '예수원' 원장이었던 고 대천덕 신부의 가르침을 깊이 숙고해보길 권한다.
<오마이뉴스 2021. 8. 21> 여의도 순복음교회 땅을 매각 아닌 장기임대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