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을 놓고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다, 미디어법이다 밀어붙이기로 일관해온 정부가 이렇게 고민하는 모습은 오히려 신선해보이기까지 한다. 정책에는 임시방편과 근본대책이 있다. 단임제 대통령은 임시방편보다 근본대책에 치중할 가능성이 연임제에 비해 높고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자신이 참여할 수 없는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단기적 인기를 노리기보다는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름대로는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수정안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이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살핀다면 이번 부동산 대책도 임시방편보다 근본대책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당국의 고민이 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라고 하니 좀 의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거래는 활성화시키고 가격은 안정시키는 대책”을 주문하였다. 이 주문 역시 임시방편이나 마련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근본대책으로서의 거래 활성화는 투기적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정상적 수요에 따라 정상적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또 근본적 가격 안정은 투기의 영향을 벗어난 정상적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근본대책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부동산 불로소득이 줄어들고 따라서 투기가 줄어든다. 게다가 토지보유세는 모든 세금 중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가장 좋은 세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은 건설회사 출신이므로 다소간의 투기가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 등 경제학이나 재정학 교과서를 공부한 참모라면 토지보유세의 효능을 잘 알고 있다.
정 총리는 “희소한 토지는 당세대에서만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되, 사용 후에는 모두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는 왈라스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토지공개념은 자유시장경제 제도와 배타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왈라스가 설정한 자유시장경제 제도의 전제조건”이라고 하였다. 재정학자 출신이자 종합부동산세를 비판했던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도 며칠 전 텔레비전 토론에서 토지보유세의 우수성을 인정하였다.
반면 DTI 규제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금융 대출액을 소득과 연계시켜 상환비율을 높이면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낮추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든다. 이처럼 DTI 규제는 근본적으로 유동성 대책인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대책으로 등장한 것은 투기 때문이다. 투기가 성행할 때는 동원할 수 있는 돈을 다 끌어다가 투기판에 밀어 넣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데 DTI를 낮추면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니까 투기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에는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 투기 이외의 목적으로 돈을 구하려는 사람까지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기의 위험성이 없으면 정부가 DTI에 간섭할 이유가 없다. 핵심은 투기의 위험성이 있느냐 하는 데 있다.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경험하였듯이 일단 투기 바람이 불면 당분간은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정책 당국이 DTI 완화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하고 역사에 남는 대통령을 만들 생각이 있다면 토지보유세 강화에 더 역점을 두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