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4년 만에 예수원 방문과 희년학교 참가를 하게 되었다. 5년여 전, 예수원과 성토모와는 작은 인연이 생겼고, (그리고 그 ‘작은’ 인연은 믿음과 삶의 방향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아주 ‘큰’ 전환점이 되었다. 물론, ‘차라리 알지 못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스쳐 지나가는 생각도 많이 있었지만...^^) 이후 항상 그 두 ‘교회’를 향한 마음은 여일했지만, 같이 기도하고 동참하여 실천하는 일에는 언제나 부족했고, 그래서 언제나 그리움과 미안함의 감정이 교차하곤 하였다. 그러던 차에 일타쌍피(?)하는 기회가 되어, 출가한 딸이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 하는 마음으로 예수원으로 향했다. 아니, 유산을 미리 받아 도시로 나가 탕진하고 아버지께 돌아가는 탕자의 비유가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예수원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 내게는 언제나처럼 천국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예수원 식구들과 성토모의 식구들도 언제나 그러하듯, 여전히 촌스럽고 (죄송!) 세련되지 못했으며 세상 루저(Loser)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교회의 지체들은 여전히 아니 더욱 신실해졌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그들은 생명의 승리를 향해 전진하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진리와 생명의 근원되시고 언제나 신실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을 새삼 확인해 본다! 할렐루야!!
한편, 이렇듯 온 우주에 편만하신 하나님의 존재가 ‘왜?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 ‘내 탓인가?’, ‘교회 탓인가?’ 하는 어지러운 답변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첫 날, 개회 예배를 드린 뒤, 참석자 80여 명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할 때, 묘한 예감이 들었다. 희년학교보다는 예수원 방문이 목적이었다는 지체들의 얘기를 들으며 내 마음속으로는, 그들에게 역사하실 성령님의 ‘대박 (은혜)’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인간적인 연민(?), ‘잘못 오셨네! 이제 진짜 십자가를 지시게 생겼네!’ 하는 마음이 듦은 어찜인지? 그리고 우려 아닌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조 별 모임을 통해서 서로 받은 은혜 (보다 정확한 표현은 ‘충격’, 또는 ‘진실’이 맞을 듯)를 나누던 중, 수년 전 잃어버린 믿음을 회복하며 주님과의 첫사랑을 기억해 내는 자매님과, 믿음과 그리스도인의 본분에 대해 세상 교회가 감추어뒀던 ‘실체적’ 진실을 알게 되어 흥분과 감동에 사로잡힌 많은 지체들의 모습에서, 오직 계시된 말씀과 성령의 조명만이 우리를 진리로, 생명으로, 참된 자유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깨달으며, 주의 사랑과 은혜에 오직 감사할 따름!
이런 ‘예기치 않은 기쁨’에 사로잡힌 참석자들의 혼동된 머리를 잘 정리라도 해주는 듯이, 여러 교수님들의 강의는(사실, 그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은혜로운 설교였다! 15년 섬기던 교회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나게 되고, 그 상처와 충격의 여파로 아직 출석교회를 정하지 못해 반 년 가까이 본의 아니게 ‘무교회당’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이전보다 훨씬 조직(신학)적이고, 현실적/구체적이었고 온전히 복음적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기회를 빌어 이 시대의 선지자와 같으신 모든 강사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별히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신 김윤상 교수님께... ...^^
개인적으로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개념 정리와 성도로서의 실현방법에 그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희년학교를 통해 훨씬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통전적(Holistic) 시각을 배우게 된 것 같아 기쁘고도 감사하다. 하나님나라는 죽어서 보상으로 받는 저 먼 나라의 천당이 아니라,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우리 주님이 다스리고 통치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뜻이 유일한 법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이미’ 세우셨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리하여 그 부름심을 입은 신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인 우리 그리스도의 제자가 이 땅에서 일궈나가고 준비해야 할 나라이다. 그리고 그 나라는 ‘영’의 해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육신과 물질을 포함한 인간과 피조물의 전존재계를 사탄과 맘몬의 굴레에서 온전히 해방시키고 자유케 하는 것이며,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으로 우리의 경제와 정치와 문화와 신앙이 모두 구속(Redemption)함을 입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여, 희년이 선포되고 실천하는 백성과 공동체가 ‘하나님나라’이고, 그리하여 마태복음 6장 33절,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우리 주님의 약속은 참된 약속이 되고, 온 인류를 위한 복음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물론, 우리는 그리고 세상교회는 이 구절을 거꾸로 인용한다. ‘먼저 우리에게 이 모든 것을 더하소서! 그리하면, 우리가 주의 의를 구하겠나이다!’
이번 희년학교를 통해서, 물론 나 자신의 오해의 여지를 배제하지는 않지만, 희년제도는 그간 통칭해오던 성격적 토지법, 성경적 경제제도 차원의 표현을 넘어서는, 모든 억압과 굴레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청사진이요, 그리하여 그것은 하나님나라의 모형이요, 그리하여 참 자유요, 그리하여 우리가 창조 때의 형상을 회복해해 가며 우리가 주 안에, 주가 우리 안에 거하는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는다.
3박4일 간의 성령님과 또한 주안에 하나된 형제들과의 은혜로운 코이노니아의 시간이 끝났다. 예전에 ‘여기가 좋사오니!’ 하였다가, 내 생각이긴 하지만, 성령님께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하는 응답을 들은 적 있다. 아마, ‘세상 속에서 겁나 고생하기’ 싫어하고, Jubilee Soldier가 되기를 회피하려는 내 깊은 속마음이 들킨 탓이어서, 꼼짝못하고 하산(?)하였다. 전과가 있기에 똑같은 하소연을 할 수는 없고 하여, 희년학교를 마치자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영육을 갑갑하게 만드는 온갖 ‘무더위’에 갈증나고 온갖 복음이 난무하는 저 ‘시끄러운’, 그러나 그곳에 나의 소명이 있고, 내가 가서 싸우다 죽어야하는 전장이자 승리해야 할 하나님나라가 있는 곳으로. 이번에 제대로 싸워보리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