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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헛되이 수고하였으며"(사 49:4) / 김근주

조회수 1973 추천수 0 2009.12.11 08: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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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헛되이 수고하였으며"(사 49:4)





김근주 /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푸른뜻교회 협동목사.



“주의 종”으로 목회자를 부르는 독특한 한국 교회의 전통은 대형 교회의 담임목회는 “큰 목회”, 작은 교회의 목회는 “작은 목회”라고 부르는 것과 결합되어 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몇 백 억 몇 천 억 되는 헌금을 투입해서 어마어마한 건물을 짓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게 교회당을 엄청나게 지을 때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한다는 말들은 반드시 뒤따른다. 무엇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것인가?


이사야서에서 “여호와의 종의 노래”라고 불리는 네 개의 본문들은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이의 모습을 보여준다(사 42:1-4; 49:1-6; 50:4-9; 52:13-53:12). 이 본문들에 소개된 종의 사역과 삶 모든 것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은혜를 주거니와, 특히 49장1-6절 본문은 여호와의 종으로서의 받은 사명에 대해 우리 자신과 교회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이 종은 예레미야처럼 태어나기 전, 복중에서부터 택함을 입은 존재이다(사 49:1; 렘 1:5). 또한 이 종은 마치 손에 잡은 날카로운 칼처럼, 등 뒤에 맨 화살통에 담긴 잘 벼려진 화살처럼, 하나님께 쓰이기 위해 잘 준비되고 훈련된 사람이었다(사 49:2). 우리는 이렇게 잘 훈련되고 예비된 “여호와의 종”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자신의 사역을 이루어 내리라고 기대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한국 교회내에서 이른바 잘 훈련되어 “하나님께서 크게 쓰시는 종”들을 얼마나 많이 보고 들어왔는가? 우리의 경험이나 마땅한 기대와는 정반대의 고백이 4절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말하기를 내가 헛되이 수고하였으며 무익하게 공연히 내 힘을 다하였다 하였도다 참으로 나에 대한 판단이 여호와께 있고 나의 보응이 나의 하나님께 있느니라”.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정체와 실제의 나 자신의 삶의 열매없음이 4절을 시작하는 “그러나 나는”를 통해 두드러지게 대조된다. 여호와께서 그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리라 말씀하시지만, 현실은 종으로서의 그의 삶과 노력이 헛되고 무익했다고 여기게 한다. 여호와의 종의 수고와 애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용도 효과도 없다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고백에서 여호와의 종이 겪게 되는 고난 가득한 삶을 짐작하게 된다. 이러한 고난은 세번째 종의 노래와 네번째 종의 노래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이기에, 여호와의 종으로서만 의미가 있다. 여호와가 아니라면 그의 삶은 허무한 삶이요, 헛된 것,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위한 노력과 수고일 뿐이다. 그의 “판단(미슈파트)”, 그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은 오직 여호와께 있을 따름이며, 그의 보상과 대가, 결과도 오직 여호와와 함께 의미가 있다. 비록 세상에서 그의 삶은 헛수고와 같은 삶이라 할찌나, 5절은 여호와의 종이 스스로에 대해 지니고 있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자신은 여호와께서 태에서부터 부르신 여호와의 종이며, 이를 통해 자신은 야곱과 이스라엘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며 하나님께로 다시 모으는 일을 하도록 부름받았다. 비록 세상에서 헛수고하는 사람으로 보일찌나, 여호와 보시기에는 영화로운 자이며, 하나님이 그의 힘이 되셨다. 6절은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에 따르면 야곱을 돌아오게 하는 것은 오히려 작은 일이다. 이 종은 “이방의 빛”이며, 이를 통해 땅끝이 여호와의 구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종의 현실적인 모습은 헛수고하고 소용없는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가 하고 있는 일은 그 백성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열방이 하나님의 구원을 보게 될 일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겉으로 보이는 것과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은 참으로 다르다. 겉으로 초라해 보인다 하여, 하나님 보시기에도 초라한 것은 아니며, 겉으로 성과 없다 하여 하나님 보시기에도 성과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첫번째 종의 노래(사 42:1-4)를 보면 이 종의 사역은 외치지도 소리를 크게 높이지도 않되, 상한 갈대를 꺽지 않고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는 사역이다. 그는 온 세상을 섬기도록 부름 받은 자로되 그의 사역은 지극히 작은 자를 세우고 돌아보는 사역이었으며, 이런 사역의 특성상 아무리 해도 그리 성과가 보이지 않고 실패한 것 같은 사역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열방을 하나님께로 인도할 자로 부름 받았다고 여기는가?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교인 수가 만 명 이만 명이 넘어가면 자신들의 교회가 더 이상 한국이 아니라 온 세계와 열방을 상대로 사명을 감당해야 된다고 말하는 경우들이 많다. 온 세계를 상대하기 위해 더 큰 교회당이 필요하고 더 정비된 체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들도 꼭 뒤따른다. 그러면 49장에 나오는 “여호와의 종”은 도대체 무엇하는 사람인가?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넘어서 열방을 비추는 빛으로 택함받은 이가 하는 일이 소리도 없이 상한 갈대를 꺽지 않는 일을 하고 그러다 보니 헛된 수고를 하였고 오직 하나님의 온전한 판단만을 구하고 있을 뿐인 이 종은 오늘의 우리와 얼마나 다른가?


무엇이 세계 교회를 섬기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 교회로 열방을 회복케 하는 사명을 감당하게 하는가? 수 천 억이 투입된 건물이 세계 교회를 섬기게 하는가? 잘 짜여지고 정비된 제자 양육 과정이 열방을 섬기게 하는가? 여호와의 종은 상한 갈대, 꺼져 가는 등불을 돌아보는 이이다. 그런 이야말로 여호와의 종이다. 헛수고한 것 같고 무익한 고생한 것 같아도 이 종이야말로 여호와의 종이다. 그의 사역은 지극히 작아 보이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는 그 백성을 여호와께로 돌아오게 하는 자이며 열방을 비추는 빛의 사역을 행하는 자이다. 그의 사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해서 ‘크게 쓰이는 일꾼’이지 않다. 그의 사역이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 전념하기에 그는 ‘크게 쓰이는 일꾼’이다. 그것이 교회이다. 그들이 그리스도인들이다. 세상은 큰 일을 하고 큰 건물을 짓고 큰 성취를 이루고 큰 사역을 할 때,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상한 갈대 꺽지 않느라 헛수고와 같은 삶을 산 이들을 향해 열방을 회복할 자라고 말씀하신다.

 
여호와께서 복중에서부터 그의 종으로 삼으신 이가 있다. 그는 여호와가 쓰시는 잘 벼려진 화살과 칼 같으며 하나님께서 그를 사용하실 것이다. 그의 수고한 것이 헛된 것 같고 헛된 곳에 자신의 힘을 다 써버린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의 공의는 여호와와 함께 있으며 그의 수고의 보상역시 그의 하나님과 함께 있다. 세상에서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그는 여호와의 보시기에 존귀한 자이며 여호와의 종으로서 그 백성 이스라엘을 여호와께로 돌이킬 자이며, 나아가 열방의 빛으로서 땅 끝까지 미치는 하나님의 구원을 증거할 자이다. 그러므로 헛수고처럼 보이나 지극히 작은 자를 세우고 회복하는 사역이야말로 열방을 회복하는 사역이다. 열방을 향해 수 천억짜리 선교 센터를 짓는다고 해서 열방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건물을 지어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세상에 흩어짐을 면하고 그 이름을 내기 위해 시날평지에 모여 쌓은 바벨탑일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 탑 쌓는 것을 막으셨다. 때로 헛수고인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 명하신 길을 바로 걸어가는 것, 거기에 온 열방을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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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푸른뜻교회 협동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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