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한가? 헉, 혹시 성토모가 미친 게 아닌가?....놀라서 클릭한 분들이 많으리라. 이 제목을 쓸까말까 약간 고민했다. 하지만 쓰기로 했다. 왜냐면 일부분 사실이기도 하고, 또 이 제목을 무시하고 그냥 넘어갈 분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제목을 ‘개발 광풍에 난도질당하는 국토’라든가 ‘토건국가 어디가 끝인가’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좀 더 점잖게 ‘재개발정책의 문제와 해결책’이라든가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부르는 재개발정책’이라고 붙였다면....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삼분의 이는 아, 또 그 소리...하면서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물론 이건 무슨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추론한 건 아니고, 순전히 짐작이다.)
잠깐 딴 얘기. 얼마 전 직행버스를 타고 가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맨 앞좌석에 앉자마자 운전기사와 아는 듯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목소리도 좋고 발음도 아나운서만큼 정확해서 버스 안의 승객 거의 다에게 들릴 듯했다. 귀담아 듣지 않아도 절로 귀에 들어오는 얘기를 듣다보니, 아가씨는 본래 분당이 고향(이란 표현을 썼다)인데 의정부로 시집가서, 지금 일을 마치고 의정부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성남에는 남한산성에 엄마가 새로 식당(메뉴는 아구찜...정말 자세한 설명이었다)을 열었는데 잠시 동안만 카운터를 봐달라고 해서 날마다 성남에서 의정부까지 출퇴근한다. 식당은 150평쯤 되는데 엄마가 최고급 요리사를 스카웃해서 꽤 잘 되는 편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빈터에 식당을 짓고 장사한 지 이제 보름 남짓 됐는데 벌써 복덕방에 내놓았다. 왜? 여기서 모두들 의문이 들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바로 이 식당을 연 목적은 장사가 아니라 권리금을 받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식당이 잘 돼야 권리금이 올라가니 최고급 요리사를 고용했다. 하지만 곧 권리금 받고 팔 것이다. 운전기사도 약간 놀라서 물으니...아가씨 왈, 우리 엄마가 부동산에 좀 관심이 있거든요. 아가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곧장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아저씨 운전시간대를 알았으면 김밥이라도 싸오는 건데...아주 상냥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 천진난만한 아가씨에게 토지투기는 불황의 근원이라든가 패키지형 토지보유세 같은 얘기를 꺼냈다간, 마치 카드 포인트 계산에 여념 없는 소비자에게 ‘도를 아십니까?’하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일 듯싶었다.
또 다른 얘기 하나.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김윤영이란 이가 있다. <루이뷔똥>이라는 소설집을 재미나게 읽었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잘도 집어내어 조물조물 형상화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 작가의 새 작품집이 왜 안 나올까....기다리던 중에 신문에서 눈에 번쩍 뜨이는 기사를 보았다. 언제나 우리 사회의 핵심적 문제들을 다루어내던 김윤영 작가가 드디어 부동산 문제를 다룬 첫 장편소설을 냈다는 거다. 이름하야 <내집 마련의 여왕>. 처음 든 생각은 아뿔싸....선수를 놓쳤구나. 언제나 지금 이 먹고사니즘에 걸린 일만 끝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땅 문제를 다룬 재미난 이야기를 써보리라, 다짐만 해온 지 어언 몇 년. 이 뛰어난 작가가 먼저 낸 것이다. 두 번째 든 생각은....대체 어떻게 썼을까?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그날 마침 교보에 갈 일이 있어서 신간코너에 갔는데, 몇 번이고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무슨 일인가 열중하고 있는 직원에게 주저주저 물었다. 저...김윤영의 <내집 마련의 여왕>이란 책 어디 있나요? 그러자 직원은 정말 짱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쪽 자기계발 코너나 부동산 코너에 가보세요. 난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어기 그게 아니라 소설 신간인데요. 직원은 만약 내가 틀리면 소송이라도 걸 듯한 표정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짧게 한마디. 내일 들어와요.
그렇게 부동산 투자안내서로 오인 받은 이 소설을 사서 단숨에 읽었다. 그 책에는 물론 헨리 조지나 톨스토이의 사상 또는 토지보유세나 땅 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술술 읽히고 약간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건, 집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로망이자 이권이자 재산이자 언젠가 대박행운이 터질지 모를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거였다. 토지보유세라든가 지공주의, 지대조세제 같은 말로 다가가기엔 보통 사람들에게 땅 문제(집 문제)는 너무나 깊이 먹고사니즘과 연결되어 있을뿐더러 대박의 행운을 기대하는 마음(점잖은 이들을 이를 ‘탐욕’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살고픈 일생일대의 로망과 깊이 얽혀 있다. 이 사람들에게 땅 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그래서 성토모가 하려는 일을 조금이라도 이해시키거나 아니면 조금의 동요라도 일으키려면, 학술적이고 딱딱하고 무거운 언어로는 언감생심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의 마음속에 땅 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조금이라도 일으키려면,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야 한다. 그래서 김윤영 작가도 부동산 투자정보서로 오해받아 마땅한 제목 <내 집 마련의 여왕>이라고 달았을 것이다.
쓸데없는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요는 이거다. 보통 사람들이 확 관심을 가질 선정적이거나 섬세하거나 먹고사니즘과 깊이 관련되거나 그래서 구체적이고도 쉬운 말로 하자는 거다. 어려운 말, 딱딱한 말, 학자들과 정책연구가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그만두고, 개발 부인이 바람 났으니 당신의 로망도 이제 끝장이다, 당신이 그렇게 원하는 대박의 행운은 결코 오지 않는다. 왜냐면 당신은 평생 동안 개미처럼 일해서, 노예처럼 벌어서 모두 건물주에게 임대료로 갖다 바치도록 되어 있으니까. 그게 지금 우리나라 땅 문제의 핵심이고, 용산 사건의 진짜 원인이고, 우리 모두가 이렇게 뼈 빠지게 일하고도 늘 허덕거리는 참된 까닭이다.
바람난 개발부인을 잠재울 방법은 단 한 가지. 개발부인이 아무리 바람을 펴도 재미를 못 보게 해야 한다. 이 땅을 파헤치고, 저 강을 뒤엎고, 저 건물을 부수고, 이 건물을 새로 짓고, 그러느라 이 개발업자와 손잡고 저 부동산업자와 놀아나고 저 건설업자와 판을 짜고 이 행정부와 아무리 큰 판을 벌여도, 개발부인 주머니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개발이익이 숭숭 빠져나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 숭숭 빠져나간 개발 이익금이 사회복지와 공공기금으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의 로망인 내 집 마련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되고, 당신이 뼈빠지게 번 돈은 애먼 건물주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 가져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바람난 개발부인이 다른 업자들과 재미를 못 보도록 시스템을 고쳐보자. 법을 고쳐보자. 세금폭탄 운운에 속지 말고, 그 폭탄은 바로 개발부인이 맞게 돼 있으니, 집 한 채 없는 당신이그 폭탄 맞을까봐 쓸데없는 걱정 말고, 평생을 돈 벌어 건물주에게 갖다 바치는 종신노예살이에서 벗어날 길이나 진지하게 함께 궁리해보자. 애먼 경찰, 돈 없고 내 집 마련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이긴 마찬가지 신세인 경찰들에게 화염병 던질 생각 말고, 개발부인이 더 이상 재미 못 보도록 시스템을 고치는 방안을 함께 연구해보자. 그 연구를 우리가 했으니 그 연구 결과에 따라 정책을 바꿔보자...
뭐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떤가....하는 얘기다. 정책은 물론 정책입안자들이 하는 거지만, 민심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어떤 신묘막측해 보이는 정책도 기운을 쓸 수가 없다. 종부세가 무너진 건 민심을, 민심의 로망을, 민심의 먹고사니즘을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심을 설득해야 바람난 개발부인을 잡을 수 있고, 그래야 정의로운 정책도 펼칠 수 있다. 민심을 파고들 쉽고 구체적인 언어로 말하자. 정책입안자를 설득하기 전에 민심을 설득할 언어를, 낮고 낮은 언어를, 일상의 언어를, 빵꾸똥꾸 같은 언어를 쓰도록 하자.
앗, 살이 더 빠진것 같아요~^^ 점점 세월을 거스르시는듯. 저도 솔직히 말해 성토모 편지 늘 받는데 잘 읽지 못했는데 제목이 솔깃해서 ㅎㅎ 들어왔어요. 최근에 중세서양사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사는 정확하더군요. 지금의 부의 편중과 자원의 불균등은 사실은 침략과 약탈과 지배로 인한 재앙임을 보게 되었어요.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원주민들 등등 무수하게 수준높은 문화를 그들은 원시문화라 불렀고 우월한 자신들이 그들을 지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는지 하나님이 주신 각나라 고유의 유산과 풍요를 맘껏 갈취해 원래 자기 것이였느냥 지금은 오히려 너희는 왜그렇게 밖에 못사니? 하며 불쌍한 눈빛으로 동정하다니.. 아~! 이래서 정말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구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최병성 목사님이 쓰신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강은 살아있다'라는 책을 남편의 권유로 읽었어요. 와.. 정말 대단하더군요. 진실을 보면 거짓이 들어난다던데. 정말 지붕위에서 소리라도 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렇지만 아~! 정말 내가 무얼 할 수 있나. 뭐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진리를 말하며 거짓을 알리는 일 아는자의 책임이며 사명이죠. 성토모도 역시나 그길에 서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모르면 배워야죠. 배워서 옳은 대로 살아야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니까. 모두들 힘내십시오!!! 멸치동생 로슈형제님도 잘지내시죠? ㅎㅎ 계속 전진하세요~*
저 루이뷔통 수련중에 30번은 넘게 봤을듯 .(수련중에 세상책을 그리 많이 봤다는 비밀을
여기서 이렇게 폭로해도 되는거겠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