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통일 후 인구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하나님께서 북한에 대한 마음을 주셨고, 통일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관련 자료와 기존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연구들이 너무 오래되었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결국 석사생활 첫 번째 연구주제로, 독일의 사례를 기반으로 하여 인구의 이동 거리를 변수로 반영한 ‘통일 후 인구이동’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다.
그 연구는, 기존의 연구들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변수이거나, 자료가 오래되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많은 변수 중에서 단지 하나(지역 간 거리) 만을 추가적으로 반영해서 진행하였다. 대학원에 입학하여 첫 번째 쓰는 논문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을 것이고, 이후에 발전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독일에 유학하고 있는 인맥을 소개 받아, 실제 독일의 통계자료를 스캔파일로 넘겨받고, 일일이 독영사전을 찾아가며 자료를 분석하였다. 처음 써보는 통계프로그램도 익숙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작업을 통해 논문을 완성하였다.
처음에는 끝마쳤다는 자체로 홀가분했다. 하지만, 곧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내 마음 속에,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질문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한반도의 경우, 독일과 지형이 달라서 직선거리를 의미있게 적용할 수 없다는 계량적인 문제가 있었고, 북한의 북부(함경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남한으로 오기보다 중국이나 러시아로 가고자 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리적인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열강의 이해다툼이 너무 강하다는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수들로 인해, 아무리 독일사례에서 시사점을 얻더라도, 실제 통일 시나리오에 그것을 적용하고,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인구이동의 진짜 원인, 그리고 통일의 주체이신 하나님
컴퓨터 화면에 북한 지도를 띄워놓고, 한동안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의 그것과 많은 차이점을 가진다. 처음부터 인식했던 문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점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진행했었다. 그러나 추가로 발생 가능한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기에 통일문제는 너무 복잡했고, 나는 너무 부족했다.
통일 후, 많은 동독 주민들이 서독과 제3국으로 이동했는데, 계량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연구자로서는 이동의 주된 원인을 경제적인 이유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고 타당해 보였다. 추가적인 변수는 너무 많았고,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은 없는 듯 보였다. 연구를 마치고 후속연구에 손을 댈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통일의 주체는 하나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그 날에 ‘내’가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고... ‘내’가 ‘내’ 백성 이스라엘이 사로잡힌 것을 돌이키리니... ‘내’가 그들을 그들의 땅에.. ‘내’가 준 땅에서 다시 뽑히지 아니하리라..(아모스 9:11~15)
통일과 같은 거대한 문제에 있어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이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은, 시나리오는 ‘가정’이지만,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나님은 ‘실재’, ‘주체’라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통일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이슈에 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항상 ‘가정’을 하지만, 상황을 실제로 만드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첫 연구를 통해 배운 것
통일 후 상황에 대해 준비하려는 많은 연구자들이 있다. (고작 첫 연구를 가지고 딜레마를 논하는 초보학자를 용서하시길^^;) 어쩌면 이분들 중에도 자신들의 연구 성과는 작아 보이고, 현실은 너무 복잡하고 커 보이는, 끊임없는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연구가 어떤 것이든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귀하게 사용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실제 상황이 그 시나리오대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준비시키신 것이 아니라, 그 준비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준비시키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 후 인구이동의 가시적인 양상을 예측하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혼란 속에 비틀거리는 그들의 갈함(암 8:11~12)을 채워줄 수 있는 우리의 마음과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 공의를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모아지는 것이다.
통일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 마음은 내내 북한 땅을 밟고 있었다. 비록 통계자료는 독일에 대한 것들이었지만, 통일 전 동독의 상황을 보면서 북한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통일 후 동서독 주민들이 겪었다던(아직도 겪고 있다는) 정서적 괴리감을 대할 때는 준비되지 않은 우리 모습을 연결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북한을 위해 더욱 기도하게 되었다. 작고 부족한 내 논문이 세상을 한 번에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동시에 내가 더욱 깊이 준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또 하나의 선행연구가 되어 다른 누군가의 고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