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독교적 분쟁해결’이라는 수업의 발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과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선을 행하라.’ 라는 부분이었는데, 주된 내용은 하나님께서는 만물의 주권자이시며, 선하신 분이 시기 때문에 우리가 고난을 겪을 때에도 하나님의 길이 분명함을 신뢰하기로 결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씀이기에 머리로는 끄덕거리며 공감했지만, 사실 마음 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을 늘 신뢰해야 하지만, 나에게 큰 고난은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보니, 발표 준비를 해나가면서 말씀에 확신이 없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큰 고난가운데서는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남들에게는 신뢰하라고 발표를 하다니…’
그런데 큰 고난에 대해 묵상하던 중 문득, 이지선씨가 떠올랐습니다.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씨. 말로 설명 못다할 고통 가운데서 일어설 수 있었던 그녀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그래서 지선씨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쁘고 고왔던 얼굴이 흉한 화상 자국으로 바뀌고,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려야 했을 때, 지선씨 역시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절망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발 도와달라고 주님께 매달렸을 때, 지선씨는 ‘사랑하는 딸아, 내 너를 세상 가운데 세우리라. 아프고 병든 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게 하리라.’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선씨는 이 후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그 문드러진 손이 부끄럽지 않은 마음을 주셨다고 합니다. ‘상처자국 난 그 손이 부끄럽지 않은 마음’과 ‘정말 쓸 수 있는 손’을 주셨다는 그 말에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그 손을 들고 찬양하면 더 기뻐하실 꺼 같아서 그 손을 들고 찬양하고, 사람들과 악수하고, 사진 찍을 때마다 절단수술로 짧아진 손가락으로 유치하지만 열심히 브이를 그린다고 합니다. ‘승리’이기 때문에.
저는 지선씨의 그 ‘승리’가, 2천년 천 십자가에서 주님이 이미 이루신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승리는 우리가 주님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이며,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신 뢰할 수 있음은 우리의 초인적인 의지와 능력이 아니라, 간절히 구할 때에 주님께서 아무 조건 없이 주시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미 승리하셨음을. 나에게 주님을 신뢰하는 마음까지도, 승리의 결과도 주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 되시니 큰 환난에서 우리를 구하여 내시리로다" 이 찬송은 독일의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가 쓴 것입니다. 그는 단순히 기도나 금식, 금욕의 흉내만 아니라, 진지하게 본질을 추구하며 마음을 다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자 했지만, ‘어떻게 하나님께 흠 없는 완전한 헌신을 드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때마다 고민하며 절망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말씀 묵상 중에 깨달은 것이 ‘조건 없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하거나 그분의 의를 만족시킬 수 없는 존재지만, 복음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가 연약한 인간을 구원 한다는 것. 이러한 구원과 승리에 대한 신뢰의 신앙고백이 바로 이 곡입니다. (사진은 루터가 자신의 문양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지선씨의 신앙고백도, 마틴 루터의 신앙고백도 아름답지만, 우리 각자에게도 우리의 고난 중에 함께 하시고, 승리할 힘을 주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우리 또한 고난 속에서 주님을 신뢰함으로 승리할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승리하심으로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셨기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발표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