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토지정의와 희년운동 공동주최로 '용산참사와 토지문제의 제도적 대안제시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희년실천주일 발대식을 포함해서 희년운동이 2009년 동안 진행한 토론회 중 네 번째이자 마지막 토론회이기도 했고, 애초 희년운동 계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임원수련회 중 제안되었던 내용을 토지정의와 긴급히 진행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편안하지만 나름 '진지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토론회에는 꽤 많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1개월이 되었어도 해결은 고사하고 고인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때문인지 토론회 분위기는 그 관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습니다.
토론회는, 사회자로 수고하신 방인성 목사님께서 참석자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어느 정도 분위기를 정돈하시느라 예정 시간보다 10분정도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이대용 주교님의 열정적인 인사말씀이 있은 후 고인들에 대한 묵념이 1분여 정도 진행되었고 장내는 말할 수 없는 숙연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저 또한 안타까움과 슬픔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와 더불어 하나님께서 토론회를 귀하게 사용하셔서 이 같은 일들을 속히, 그리고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시기를 강구했습니다.
묵념이 끝나고 이내 토론회가 시작되었고 김수현 교수님의 재개발에 대한 구체적 대안과 김윤상 교수님의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인 지공주의가 적절히 어우러진 명품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김수현 교수님은 재개발 문제에 대한 진정한 전문가답게 그간 고민하고 연구해 오신 매우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셨는데요.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재개발이 진행되도록 공공이 재정적, 절차적으로 개입할 것, 개발이익 환수비율을 대폭 확대할 것 등의 내용이었고, 발제가 진행되면서 순간순간 묻어나온 교수님의 진솔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윤상 교수님은 용산참사 등 재개발 문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핵심문제를 불로소득으로 말씀하시고 그 근본대안으로 지공주의를 제시해 주셨는데요. 한국을 대표하는 지공주의자답게 자칫 어렵거나 피부에 안닿을 수도 있는 내용을 너무도 '구수하고도 쉽게' 말씀해 주셔서 그 자리에 있던 누구라도 그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제시된 대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김용창 서울대 교수님, 이원호 활동가, 최재천 변호사로 이어진 토론 또한 재개발 문제에 대한 철학적 원칙과 헌법, 그리고 세부 법조항과 개정된 내용의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두루 언급이 되면서 토론자들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식 차의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적절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관심과 참석에도 불구하고 청중 질의는 '의외로' 많지 않았고 토론회는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토론회 준비와 진행을 보면서 몇 가지 들었던 생각들을 적어 보자면, 우선 개인적으로 토지정의와 희년운동이 이번 토론회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매우 감사했습니다. '용산참사' 이 후 몇 번 글을 기고하기는 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소임에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 일종의 '빚을 지고 있는 듯한' 마음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희년운동 공동대표이신 김경호 목사님의 제안과 고영근 형제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수고와 헌신 덕분에 너무도 순적하게 일이 진행되었고, '성경적 토지정의'의 관점에서 문제의식과 아울러 그 대안을 제시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매우 짧았던 준비기간에 비해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아, 우리들보다 하나님께서 강하게 원하시던 일이었구나!'라는 확신이 지속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토론자 중 한 분이었던 김경호 목사님의 토론문에 인용된 것처럼 하나님은 "백성을 죽이고서, 그 위에 시온을 세우고, 죄악으로 터를 닦고서, 그 위에 예루살렘을 세"우려는 것(미 3:10)과 마찬가지인 사용자인 세입자가 철저히 무시된 소유자 위주의 개발과 그로인해 일어난 불의와 약자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매우 진노하고 계심을 확인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잘잘못을 따지는 데에 주로 초점이 모아져서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회 등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과는 별도로, 그렇다고 대안이 없거나 그간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높은데 거하는 자를 낮추시며 솟은 성을 헐어 땅에 엎으시되 진토에 미치게 하셨도다 발이 그것을 밟으리니 곧 빈궁한 자의 발과 곤핍한 자의 걸음이리로다"(사26:5-6)
라고 말씀하시는 경고를 진지하게 되뇌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빈자의 송사라고 편벽되이 두호하는 것을 금하시는 하나님이시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불의로 인한 약자의 억울함과 슬픔을 들으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고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공의의 하나님이심이라 무릇 그를 기다리는 자는 복이 있도다"(사30:19)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았기에(엡2:10) 하나님 안에서 그분의 공의를 지붕위에서 외칠 우리 성토모 지체 모두의 사명을 재차 생각해 보고 그분의 일에 사용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의 토론회라는 것이 매우 미약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나님께서 귀하게 사용해 주실 것이라 바라고 믿으며 고인들의 가족 분들께도 적으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용산 참사에 대한 부채감이 늘 있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니겠지만, 진정한 아픔의 청산은 그들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온당한 평가와 지금의 추운겨울을 나고있는 고인 가족들의 온전한보상, 나아가 우리 현실이 처한 세입자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성찰이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해결될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용을 통해 다시금 저의 무관심을 아프게 일깨웁니다.계속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