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까마귀’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말 지지리도 안 듣고 공부도 지지리도 안하는데 밥은 엄청 잘 먹고....... 그래도 속정은 깊어서 가끔,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저를 뭉클하게 만드는 ‘까마귀’들과 같이 삽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까마귀 말고, 저희들 스스로를 ‘까마귀’라고 부르는 한꿈학교 아이들이랑 같이 삽니다.
한꿈학교 아이들은 자기들 스스로를 까마귀라고 하고, 자기와 같은 처지의 새터민들을 까마귀라고 부릅니다. 자기들만의 약속된 언어 같은 건데, 누가 언제부터 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한꿈학교 선생님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왜 스스로를 까마귀라고 할까?’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어떤 선생님 한 분 말씀이 예전에 한 녀석이 한국에서의 자기 모습이 하얀 백로들 사이의 까마귀 같았다고 했다나? 그래서 아마 그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는 추측 말고는 그 말의 유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자기들이 까마귀랍니다.
저는 지금 새터민 대안학교인 한꿈학교에서 일하고 있고, 학생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저도 아이들이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기숙사라고는 하지만 흔히 떠올리는 학교 기숙사가 아니라, 그냥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의 다가구 주택에 101호, 102호, 201호를 월세로 얻어서 사는 거니까 그냥 대가족이 사는 모습 같다고나 할까요. 저는 명색이 명함에 찍힌 직위는 교사지만, 학교에서는 수업하면서 아이들이랑 같이 헤매고 있는 엉터리 쌤이고 기숙사에 오면 아침잠이 많아 매일 아침이 괴로운 평범한 언니 같은... 뭐 그런 존재입니다.
지금 저희 한꿈학교에 계시는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교사 자격증이 있는 정식 교사가 아닙니다. 전공도 국어국문학이나 영어영문학 같이 조금이라도 아이들의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요. 그 흔한 과외교사 경력도 없는 정말 선생님 같지 않은 ‘쌤’이지요. 올해면 우리 까마귀들에게 쌤이라고 불린지 3년째 접어드는데도 아직도 심한 수업 울렁증에 시달리는, 그래서 최대한 수업 말고 행정 업무를 맡겨달라고 교장선생님께 땡깡을 부리고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여러모로 절대 부적합해 보이는 제가 한꿈학교에서 우리 까마귀들과 같이 지내게 된 것은, 순전히 저희 한꿈학교의 교장이신 목사님 때문입니다.
목사님은 원래 중국과 태국에서 탈북자 구출 및 지원 사역을 하시던 선교사였습니다. 어렵게 복음을 전해 한국까지 보낸 아이들이 돈만 쫓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믿음도 다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그 아이들을 모아 시작하신 것이 한꿈학교 였습니다. 공부 잘 가르쳐서 좋은 대학 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이 낯선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잘 먹이고 신앙을 가르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목사님 스스로가 처음에 한꿈학교를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이, 투철한 교육적 마인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저처럼 밥 잘 먹고 잘 놀 것 같은 사람을 한꿈학교에 들이셨던 것이죠. 제가 처음에 한꿈학교에 가기로 했을 때, 목사님께 한꿈학교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하냐고 여쭤보았습니다. 그러자 목사님 말씀, “그냥 열심히 재밌게 놀아!”
이런 한꿈학교에 들어와 우리 까마귀들과 살기 시작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제가 느꼈던 것은, 내가 아는 것과 그렇게 사는 것은 정말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살아내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 중에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느끼며 사는 것,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을 뒤집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선하게 대하는 것, 함께 일하는 다른 선생님들을 정죄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신뢰하며 동역하는 것 등등....... 그래야 한다고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 했던 것들을 실제로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깊이 깨닫고는, 제가 평소에 즐겨듣던 ‘소원’이라는 CCM의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라는 가사를 한참동안 묵상했던 적도 있습니다.
비록 소리도 없고 잘 보이지도 않는 유령회원이지만 성토모 팬인 저는, 대학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을 전공했습니다. 배운 것 중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수업 내용이 있다면 “돈을 벌고 싶으면 부동산학 공부를 해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학부로 입학해서 전공을 선택할 때는 학생들 대부분이 부동산학과로 몰려서 부동산 전공수업은 늘 학생들로 꽉꽉 찼지만, 도시계획 전공수업은 신청하는 학생 수가 적어 폐강이 되거나, 간신히 폐강을 피하더라도 소수정예로 수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학교 안에서도 우리나라의 부동산 광풍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목격하면서 저는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세상을 따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한꿈학교에서 내가 아는 것과 그것을 살아내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임을 깨닫고 난 후,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새롭고 독한 결단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저에게 부동산에 투자할 돈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아는 것-부동산 투기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일이며, 따라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것을 삶에서 그대로 살아내고 있지만, 제가 나이를 먹고 아줌마가 되고 언젠가 가진 돈이 더 많아지는 때에도 당연히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고 믿어버리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 상황과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강한 확신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확신과 결단의 기초를 성토모의 ‘희년과 부흥’이나 ‘토지학교’ 등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동안 서점가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것이, ‘20대가 가기 전에 해야 할 20가지’, ‘30대에 반드시 이것은 해라!’와 같은 제목의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저는 그 책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조급함과 분주함을 일으키는 동시에 자기의 삶이 무엇인가 큰 하자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믿는 것은 저의 주인 되신 그 분께서 제가 20대에 깨닫고 배워야 할 것들을 삶 속에서 직접 가르치신다는 것입니다. 지금 저의 20대를 볼 때, 한꿈학교에서의 삶이 그렇고, 또 성토모를 통해 배우고 결단하게 되는 것들이 그것인 것 같습니다. 매순간 삶을 향해 내딛는 저의 발걸음이 불안불안하고 어설퍼서 자꾸만 머뭇거리게 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기대함과 성실함으로 내디뎌야 할 이유도 그것인 것 같습니다. 부디 그 분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만큼, 그만큼씩 꽉 차게, 그렇게 하루를 살아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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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꿈학교에서 까마귀들의 자원봉사 선생님을 찾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가능한 시간에 오셔서 중등 검정고시반이나 고등 검정고시반을 수업해 주시거나, 학생과 일대일로 수업해 주셔도 좋습니다. 더 자세한 문의나 관심 있으신 분은 메일(spearmintjj@hanmail.net)보내주세요!
보윤 자매님이 유령회원이라니요~ 다른 회원분들이 섭합니다. ^^; 희년과부흥 아카데미, 희년경제모임, 다 열혈 멤버시면서. 멀리서 학교 교사하시면서, 체력도, 시간도 쉽지 않은데, 부지런한 발걸음과 열의와 홍시ㅎㅎ에 정말 많이 힘얻고 감동 받았어요. 삶이... 담긴 글, 감사해요!
저도 그래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